한 남자가 한 여자를,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이 계기가 되어 일어나는 사건일까? 얼굴이 잘생기고 예뻐서? 몸매가 좋아서? 느낌이 좋아서?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생을 거듭하면서까지 사랑을 이루고자 애쓰는 '이모탈 시리즈'의 주인공 에버와 데이먼을 보면서 그런 궁금증이 새삼스레 들었다.

이제 이들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서머랜드 내의 전시관에서 전생들을 생생하게 체험하기도 한다. 흑마법 때문에 불가능해진 육체 접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에버는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노력을 할수록 일은 더 틀어지고 이제 서머랜드까지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이모탈 시리즈' 6부작의 마지막 권인 <에버래스팅> (2011, 앨리슨 노엘 지음, 북폴리오 펴냄)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서머랜드의 비옥한 풀밭은 진흙탕으로 변하고 마법이나 현시력도 통하지 않는다. 꿈 때문에 심란해진 에버 앞에 이전에도 출현했던 수상한 할머니 로터스가 등장하고, 데이먼이 원인인 이 사태를 에버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데이먼은 역시 믿지 않지만 에버는 자신의 직감을 따르기로 하고, 힘들고 외로운 여행을 통해 마침내 진실에 가 닿는다.

 

에버와 데이먼은 현재의 젊음과 활력을 유지한 채 영원히 죽지 않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불사자다. 불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들의 이상함을 눈치채기 전에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것 정도가 불편하달까. 수백 년간 기다렸던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져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니 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족함을 주고자 마련한 설정이 바로 육체적인 접촉을 할 수 없다는 저주다. 흠, 17살인 에버의 나이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아직 맞지 않지만, 성적으로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자연스러울 법한 설정이다. 그렇게 현실적인 다급함으로 에버는 여행을 시작했지만, 그 길에서 만난 것은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의 감사함이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를 보면 죽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된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야유했던 이에게 예수님이 재림할 때까지 죽지 못하는 벌이 내려진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린 친구들이 읽는 로맨스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 뜻밖에도 삶만큼이나 소중한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  - 제임스 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