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 십여 년 전에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이리저리 관광을 다니면서 만나는 나이 지긋한 서양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창 젊었던 내게 그들의 여유와 평온함이 참 좋아 보였고, 나도 나중에 그렇게 여유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평균 수명이 80살이라고 봤을 때 절반을 넘어선 나이가 된 지금, 내 노후를 생각하면 좀 암담하다. 집 대출금도 여전하고, 잘 다니던 직장을 제발로 나와서 프리랜서가 되면서 수입은 형편없이 줄었고, 아직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딸아이의 교육도 슬슬 걱정이 된다.

외국에서는 라이프 사이클로 볼 때 40대에는 일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행복 지수가 최저로 떨어졌다가 이후 올라가는 곡선을 그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복지 체계가 잘 마련된 서양에 비해 노후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갈수록 행복 지수가 낮아지는 암울한 상황이다.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폭주 노인'과 '고독사'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우려가 크다.

 

이런 배경에서 읽게 된 <당신 참 좋아 보이네요!> (2011, 루이스 월퍼트 지음, 알키 펴냄)는 저자 자신이 80대이며, 발생생물학과 응용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과학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가며,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화적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계속되는 웰빙(well-being) 열풍에 이어 언젠가부터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그 중간에 들어가야 할 것이 바로 웰에이징(well-aging)이다. 조선 시대의 국교였던 유교가 이제 힘을 잃으면서 연장자에 대한 공경과 배려도 많이 낮아진 터라 나이 듦에 대한 인식 정비가 필요한 때이기도 했다.

저자는 '당신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노화로 인한 여러 신체 증상들을 포함해서 치매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들이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연구된 과학적인 근거를 댄다. 그런 다음에는 이런 노년을 바람직하게 맞이하고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자세와 차별의 역사, 앞으로의 경향을 이야기한다. 노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나이가 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나이 드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보톡스며 히알루론산 등을 통해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피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품위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준비함으로써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