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 방식과 정도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 어디에나 똑같다. 노구치 히데요 박사가 미국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편지를 보낸다. 출세한 것은 더할 수 없이 기쁘지만 공부는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것, 빨리 돌아와 달라는 평생의 소원이자 마지막 부탁을 절실하게 빌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받고 노구치 히데요 박사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노구치 박사가 태어난 곳인 이나와시로에는 노구치 히데요 기념관이 세워졌는데, 이런 노구치 박사의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기 위하여 ’이나와시로 마을 좋은 가족 만들기 위원회’가 우체국과 노구치 히데요 기념관의 협조를 얻어 ’자식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를 공모했다고 한다. 일본 전국에서 도착한 3,053통의 편지 중에서 156통의 편지를 가려 뽑은 것이 <어머니의 편지> (2008, 이나와시로 마을 좋은 가족 만들기 위원회 엮음, 바움 펴냄)이다.

어머니들의 편지는 너를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꼭 잡은 너의 손을 놓치지 않을게, 너를 향해 달려가는 마음을 담아의 다섯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지만 내용이 크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믿음과 미안함과 대견함과 뿌듯함과 아쉬움이 절절하게 배어 있는 어머니들의 편지는, 다들 비슷한 분위기를 띤다.

편지들은 대부분 한 쪽 조금 넘을 듯한 짧은 분량이다. 그 안에는 그 어머니와 그 아이가 간직하고 있는 특정한 이야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짧은 주석이 달려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아이를 먼저 보내고 가슴에 묻은 어머니들의 사연은 안타까웠고, 갈등 때문에 품을 떠난 아이들에 대한 사연에서는 앞으로 사춘기를 거칠 딸을 생각하게 했다. 잘 커 줘서,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는 사연에는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야 깨닫게 된 엄마의 마음, 좀더 일찍 알았다면 엄마에게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더 늦기 전에 엄마께 편지를 써야겠다. 잘 키워 주셔서 고맙다고,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