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면 쏟아져 나오는 성공, 처세술 책들 말고도 요즘은 아주 다양한 장르의 책들에 격언이나 명언이 수록된다. 일반적인 문학 책은 물론이고 다이어리나 가계부에까지 들어갈 정도이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많이 띄는 이가 '랠프 월도 에머슨'이었다. 그 명성에 비해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드디어 랠프 월도 에머슨을 만나기 위해 <나다움> (2011, 랠프 월도 에머슨 지음, 앤드류 홈즈 해설, 좋은생각 펴냄)을 선택했다.

그런데 <나다움>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Self-Reliance)>를 토대로 하긴 했지만, 세계적 기업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영국인인 앤드류 홈즈가 <자기 신뢰>를 해설하여 쓴 책이었다. 원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해설본을 먼저 읽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41년에 나온 <자기 신뢰>를 그대로 읽는 것보다는, 이를 현대적으로 해설해서 읽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은 우선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 사상가로 소개되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삶(1803~1882)에 대해 설명한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저자의 삶과 그 글이 쓰인 시대 상황을 알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 특히 이렇게 사상을 담은 책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26세에 목사로 부임해서 설교자로 명성을 얻었고, 29세에 성직에서 물러났다. 유럽 여행에서 영국 사상가들을 만나 큰 영향을 받았고, 30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강연가로서 명성을 얻어서 이후 활발하게 글쓰기와 강연을 병행했다. 63세부터는 건강이 나빠지면서 저술 활동을 접었고 79세에 사망했다.

<나다움>은 <자기 신뢰>를 해석한 책이니 <자기 신뢰>의 순서를 따라서 '자신을 믿을 것', '세상 속에서 중심을 지킬 것', '개성을 살릴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네 부분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을 의미상으로 작게 나누어 총 52가지 멘토링으로 구분했다. 한 주에 하나씩 읽고 실천한다고 했을 때 딱 1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각 멘토링은 여러 위인들의 격언이나 어록을 소개한 다음, <자기 신뢰>의 내용을 설명하고 인용한다. 그리고 앤드류 홈즈의 해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책이 2010년에 쓰인 것이기 때문에, 책 내용은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거기에다 기업의 CEO, 학자, 작가, TV 프로그램, 뉴스, 역사적 인물 등이 풍성하게 들어 있어서 내용이 깊다. 마지막에는 '비전 한 걸음'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이 꼭지의 멘토링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나다움>을 처음 펴 들었을 때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원작이 아니라는 데 약간 실망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갈수록 이 해설을 통해 원작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 원작을 미리보기로 조금 읽어 보니 더욱 그렇다. 가능하다면 <자기 신뢰>를 먼저 읽고서, 그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나다움>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7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그 생명력을 발휘하는 '나를 믿고 사랑하게 되는 52가지 멘토링'을 읽으면서 '나다움', '자기 신뢰'라는 명제를 마음속에 새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