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꿈꾸게 한다> (2011, 이영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라는 책은 제목부터 꽤 어렵다. 성격이 급한 내게 기다리기란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지시를 하는 즉시 아이가 움직이기를 바라는데,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거나 자기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경우 세월아 네월아를 일삼는 아이는 그 때문에 또 혼이 나곤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단지 내가 엄마라는 사실 때문에 나도 못 하는 것을 아이에게 시키고 있었음이 미안해지는 일도 많다.

어쨌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일 것이다. 그 기다림은 마냥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며 기다리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연습이 되지 않은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가야 할 방향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아이에게 제시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고 진도가 명확한 학교 수업에 집착하는 것이고, 특목고, 명문 대학 등 진로에만 연연하게 되는 거라고 본다. 내가 그러니까 말이다.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꿈꾸게 한다>의 저자인 이영미 선생님은 두 따님을 그렇게 키우지 않았단다. 오히려 옆에서 보는 이들이 조바심을 냈지만, 일찍부터 공부를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많이 놀아주고 여행을 다녀오고 책을 읽어주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아주었다고 한다. 집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 과학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이 방법들을 사용했다. 그 이야기가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배움과 놀이, 두 마리 토끼 잡기', '생활 속의 발견', '사랑이 최고의 교육',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 안에 가득 담겨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말이 좋은 학업 성적을 거두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으로 판단되는 요즘, 이 책 안에는 그런 학습법 대신 더 넓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방법, 부모님과 어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배려하는 방법,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 잘 노는 방법 등이 들어 있었다.

 

'모성애 결핍증'이라는 설명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마로서, 아내로서, 선생님으로서, 자기 자신으로서 치열하게 사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올인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나도 건강하게 쑥쑥 자라는 내 딸아이와 함께 더 다양한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해야 할 시간이다. 재촉하지 않고, 지시하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기다려주며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