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라던 때는 할머니, 부모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삼촌, 언니, 남동생, 여동생 등 한 집에서 많은 식구가 북적대며 살았다. 대문을 나가면 골목에서 노는 친구들도 많았고, 골목에 사람이 없으면 옆집 친구에게 놀자고 청해도 부담이 없었다. 동네 어른들도 다들 아는 분들이어서, 그야말로 한 마을이 아이들을 공동으로 키우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내 딸아이는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반면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무언가를 함께할 상대가 없어서 외로워한다. 아이 친구들은 저마다 학원 다니느라 바빠서 또래끼리의 유대를 키우기도 힘들다. 그래서 조만간 사춘기가 온다면 호되게 앓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더럭 든다. 나도 아이 키우기는 딸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사춘기가 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아이마다 다른 양상으로 사춘기를 겪기 때문에, 먼저 사춘기를 겪은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듣는 것보다는 광범위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초등 고학년 편> (2011, 신의진 지음, 걷는나무 펴냄)이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님인 저자의 책은 이전에 유아 편을 본 적이 있어서 믿음이 갔다. <초등 고학년 편>에는 이번에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딸아이의 현실을 대입해 가며 열심히 읽었다.

 

이 책에서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을 하나로 묶고, 본격적인 사춘기 특성을 보이는 초등학교 6학년을 하나로 해서 두 부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4학년과 5학년에서는 학습 심리, 효과적인 공부법, 재능 및 유학, 부모와 아이, 사춘기 성, 친구 관계, 아이 생활을 설명하고, 6학년에서는 6학년 교육, 진학 및 진로 선택, 문제 행동, 자아 정체감과 성, 부모와 가정 환경을 설명한다. 항목들만 보아도 4, 5학년과 6학년의 심리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항목에는 세부 항목들이 딸려 있어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딸아이라서 가깝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내게 많이 의존하는 터라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지만, 슬슬 자기 주장을 높이는 것을 보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고지식한 편이라 강압과 통제 쪽이 더 익숙한데, 이 시기부터는 대화를 통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하니 내가 배우고 익혀야 할 점이 더 많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긍정적인 자기 인식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몰아붙이지 않고 이해하고 지켜봐 주자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재능과 유학, 성, 효과적인 공부법 같은 구체적인 전략은 차근차근 생각하고 적용해도 되겠지만, 사춘기로 접어들 초등학교 고학년생을 둔 엄마로서 내가 아이를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대하는 마음가짐은 지금 당장 적용해야 할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모든 것들이 차근차근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꽤 차이가 있으니, 앞으로도 가까이 두고 읽으면서 도움을 얻어야겠다. 딸과 나의 바람직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하여~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