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2007, 사토 다카코 지음, 노블마인 펴냄)를 읽으면서 사토 다카코의 매력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달리기는 항상 꼴찌를 도맡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없는 내가, 괜히 운동장을 전력 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 달리기를 매개로 하여 성장하는 남학생 신지와 렌의 이야기가 참 풋풋했다.

그 후로 오랜만에 사토 다카코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신의 손가락> (2011, 사토 다카코 지음, 예담 펴냄)이다. 이전 이야기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쓰지 마키오와 히루마 가오루라는 청년 두 명을 내세웠다. 신지와 렌이 달리기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던 것에 비해, 쓰지와 히루마에게는 그런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곤경에 처한 쓰지를 우연히 지나가던 히루마가 챙겨 주었다는 것으로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쓰지 마키오는 1년 2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막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길이었다. 소매치기 현행범으로 잡혔던 것이다. 마중을 나온 소다 어머니와 집으로 가던 중, 소다 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만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것일까. 사전에 낌새를 알고 주의했는데도 당한 것도 모자라서, 소매치기를 잡으러 따라갔다가 부상까지 당한다.

쓰러져 있는 쓰지를 구해준 것이 바로 히루마였다. 여장을 하고 마르체라라는 이름으로 타로 카드 점술 및 상담을 해주는 청년이다. 쓰지는 히루마의 집에 머물면서 삼촌이라 부르는 소매치기 멤버 및 형사와 공조하여 자신을 그렇게 만든 소매치기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쓰지와 히루마는 그 나이의 청년들이 일반적으로 사는 삶과는 매우 다르다. 전과 16범에 빛나는 소매치기 할아버지에게서 배워서 '신의 손가락'으로 불릴 정도로 소매치기에 재주가 있는 쓰지도 그렇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그만두고 집과 거리에서 타로 카드 점을 쳐 주며 고민이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 주는 히루마도 그렇다. 전혀 다른 성향의 이 둘은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소매치기는 직업이라고 할 수도, 취미나 특기라고 할 수도 없는 범죄다. 그럼에도 사토 다카코가 그려낸 이 쓰지 마키오에게서는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당당하다. '신의 손가락'이라는 제목 때문일까, 오히려 소매치기가 천부적인 재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흥미롭다. 책에서만큼은 선과 악을 가르는 것을 멈추고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역시 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런 소매치기와 점술가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가 조사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작가들이 쓴 책을 읽어 보니 아주 오랜 시간을 밀착 취재한다고 나와 있었다. 점술가는 그렇다 치고 소매치기는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그 덕분에 나는 바람잡이와 기술자와 이동책이라는 소매치기단의 역할 분담을 알 수 있었고, 타로 카드의 메이저 아르카나 몇 장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의 배경은 어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청춘 소설'이라고 적힌 띠지만큼 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참 독특한 느낌의 소설을 읽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