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면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엄마가 일 때문에 바쁘셔서, 육수를 따로 낼 겨를도 없이 부르륵 끓여 준 국수가 심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대가족이 몰려 앉아 너무 많이 끓이느라 벌써 붇기 시작하는 라면을 먹기도 지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초와 겨자를 쳐야 제격이라는 냉면 맛을 아직도 모르는 나지만, <대한민국 누들로드> (2011, 김미영 지음, 브레인스토어 펴냄)를 읽으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면류의 맛에 현혹되었다.

 

<대한민국 누들로드>는 한겨레신문사 기자인 저자가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며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면류 요리를 선보이는 곳을 찾아서 직접 먹고 기록한 책이다. 잔치국수, 냉면, 칼국수, 라면, 쫄면, 짜장면 정도만 익숙한데, '국수 따라 방방곡곡'이라는 설명을 단 이 책을 따라가 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국수가 있었음을 새삼 배웠다.

책 첫페이지에는 우리나라 전도가 나온다. 남북은 갈렸지만 한국전쟁 시에 남하한 북한 출신 사람들이 북한의 맛을 살려내서 잇고 있다. 저자는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의 순으로 대한민국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지역의 특색을 살린 국수,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국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국수를 선보인다. 강원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막국수인 것처럼 '강원도 편'에는 총 일곱 꼭지의 글 중에서 막국수가 네 꼭지나 차지하지만, 지지리도 못살던 시기의 눈물을 담은 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 국수가 있고, 함경도 사람들이 무리 지어 정착한 속초의 함흥냉면이 있다. 경상도 진주냉면에서는 한량들의 여유가 살아 있고, 부산 여행에서 족발 냉채, 돼지국밥과 함께 추천 리스트에 오르는 밀면도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군산과 보성의 팥칼국수, 담양의 선지국수, 옥천의 생선국수, 예산의 기러기칼국수는 독특했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맛이 보편화된 바지락칼국수, 평양냉면, 함흥냉면, 메밀국수, 잔치국수 들은 재료의 성분이라든가 육수의 맛, 곁들여지는 반찬의 종류와 특징 등 다양한 부대 조건에 따라 평가가 매겨져서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 실린 인터뷰는 음식에 관한 쟁쟁한 이들의 목소리여서 흥미로웠고, 국수와 함께 먹는 요리, 국수 관련 이슈들도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뜨끈한 칼국수, 차가운 냉면이 땡겼다. 팥죽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팥칼국수의 맛이 궁금했고, 제핏가루를 뿌려 먹는 생선국수는 어떤 맛일지 상상하게 되었다. 밥보다 가볍게 여겼던 국수에 이렇게 다양한 맛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국숫집을 지나갈 때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될 듯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