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이라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라고 소개된 <제로의 초점(ゼロの焦点)> (201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상북스 펴냄)을 읽으면서 내내 제목에 대해 생각했다. 이 장편소설은 여러 개의 소제목을 단 단락들이 이어져 있으며, '제로의 초점'은 사건이 결말에 이르는 맨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어떤 남편'이라는 소제목 아래 '이타네 데이코는 이번 가을에 선을 보고 우하라 겐이치와 결혼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열 살 차이가 나는 남자와 선을 보고, 남자가 북쪽 지방에서 일을 하는 터라 '우하라 겐이치와 나란히 거리를 걸어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급하게 결혼을 하는 바람에 이 부부 사이에는 친밀함이라든가 사랑이 싹틀 여지가 없었다. 데이코는 그 전에 연애를 두세 번 했기 때문에 좀 성숙해졌다고 하는데, 남자의 외모와 직장의 안정성만 보고 바로 결혼한다는 것은 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을 한 후 도쿄 본사로 발령이 나서 인수인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북쪽 지방에 간 남편은 행방불명이 된다. 데이코는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남편의 과거를 비롯한 사실들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책에서 찾은 사진 두 장과 남편의 직장 동료의 도움을 통해 사건의 핵심으로 점점 더 다가간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 사람의 죽음을 초래한 사건의 진실과 맞닥뜨린다.

 

'사회파 추리소설'은 사건이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는 소설이다. 많은 사건이 사회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보복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가 만들어낸 동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고 하면 맞겠다. <제로의 초점>은 1959년에 쓰인 작품인데,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미국의 점령 통치를 받았던 때의 영향이 10여 년 후까지 여전히 남아 있음을 그려 내고 있다.

일본은 적극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패전에 따른 책임 인정이나 배상, 사과를 충분하게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희생자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전쟁은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결정해서 실행한 것이고 국민들은 정치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또다시 그런 잘못되고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기 결혼에 휘말린 신부가 '어떤 남편'의 죽음의 진상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이 과정이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은 이유는 이런 생각이 가득해서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