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2007, 미우라 시온 지음, 북폴리오 펴냄)에서는 육상 선수인 중학생 소년들을 통해 풋풋한 땀 냄새를 맡게 함으로써 지긋지긋하게 싫어했던 체육 시간을 아련하게 그리워하게 만들더니, <검은 빛> (2009, 은행나무 펴냄)에서는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통해 '검은 빛'이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어두울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이렇게 순수함과 냉혹함을 한 번씩 경험하게 한 미우라 시온이 이번에 나를 인도한 곳은 이 둘의 중간쯤 되는 곳이라고 해도 될 듯한 '고구레빌라'이다. 바로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2011, 은행나무 펴냄)을 통해서 말이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말 그대로 집 주인인 고구레 씨의 이름을 딴 고구레빌라에 사는 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펼쳐지는 삶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지을 때부터 워낙 날림이어서 옆집이며 아랫집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이 집은, 헐고 다시 지을 돈도 없을뿐더러 고구레 씨의 나이 때문에 나중에 아이들에게 물려 주면 땅을 처분해서 나눠 갖겠거니 해서 그냥 둔 것이다. 낡을 대로 낡아서 총 여섯 집 중에 세 집만 세입자가 살고 있을 뿐이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세입자인 마유, 간자키, 미쓰코, 평범하지 않은 이유로 빌라에 입주한 고구레 씨, 마유의 옛 애인 나미키, 마유가 다니는 꽃집 주인 사에키, 고구레빌라에서 키우는 개 존과 인연이 닿은 애견 미용사 미네의 이야기까지 총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욕은 식욕과 함께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에 포함된다고 하는 말처럼, 성적인 파트너가 없는 사람, 있는 사람, 있었다가 없어진 사람, 있지만 다른 이를 찾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은 사람, 다른 이를 훔쳐 보면서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관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3인칭 시점이지만 주인공에 대해서는 마음까지 서술하는 방식을 썼고, 짧은 문장과 유머러스한 표현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야기가 음란하다거나 난잡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마당을 파헤쳐 놓는 개가 있고 다 쓰러져 가는 고구레빌라가 아니라 모텔이나 호텔이 배경이었다면 분위기는 또 달랐겠지.

 

미우라 시온의 이번 이야기는 가족과 거의 단절되어 살면서도 어느새 느슨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게 되는 고구레빌라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기 마련인 성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람 사는 온기를 그렸다는 것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점이 미우라 시온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그간 읽지 못하고 넘긴 미우라 시온의 다른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