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잊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내 오랜 꿈은 흔들의자를 갖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안락의자'라고도 하는 이 의자는, 무릎담요까지 세트로 갖추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가장 좋겠고, 적성에 맞지 않는 뜨개질도 하고 싶어지겠다. 이런 흔들의자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는, 아마 어렸을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이제는 흔들의자의 여유는커녕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빈 의자가 있는지 휘익 둘러보기에 급급한 나이가 된 내게, 의자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났다.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2011, 기낙경 지음, 오브제 펴냄)이다. 몸은 서른이 지난 지 한참 지났지만, 그때 겪어야 할 마음의 성숙을 건너뛰었기 때문인지 지금서야 그네 뛰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고른 책이었다.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의 저자는 중심 소재로 왜 '의자'를 골랐을까?

의자는 우선 '누군가 와서 쉬어가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14쪽), '그것이 주는 쉼이나 편안한 이미지'(73쪽)를 지니고 있다. 물리적으로 몸이든 짐이든 의자 위에 부려놓음으로써 자유와 편안함을 선사하는 대상이 바로 의자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의자는 그런 물리적인 대상만은 아니다.

'앞에는 책상이 있고, 옆에는 창문이 있'는 의자는, '밤 사이 쌓여버린 기억을 두 다리 사이로 밀어넣'고 '차분하게 무관심한 표정으로 기억이 패를 한 장씩 들어올'리는 의식(93쪽)을 치르는 존재, '누구나 다가가 앉을 수 있는, 거기 앉아 내려앉은 햇살과 잠시 놀고 갈 수 있는 그런 뒷모습'(150쪽)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하게 되는 정신적 존재로 확장된다. 성당의 의자에서는 거기 맺혀 반들거리는 사람들의 온기를 보고, 외할머니의 죽음을 사진으로 남긴 사진작가 최광호 님의 작품에서는 '굽이마다 담긴 삶의 노정'을 의자와 연계시키고 있다. 저마다 최대한 떨어져 앉고자 가장자리부터 차는 지하철 의자와는 다르게, 저자가 제시하는 의자들은 서로를 더 가깝고 솔직하고 편안하게 감싸주고자 하는 연결과 배려의 공간이었다.

 

저자가 감상한 다양한 그림과 음악과 글과 영화와 사진 들이 어우러져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사랑과 우정이 들어감으로써 따뜻해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어서 모두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섬세한 감성을 만날 수 있었다. 안락의자까지는 바랄 수 없지만, 너무나 딱딱하고 불안정해서 아무도 앉힐 수 없는 각박한 의자가 되지 않도록 내 마음을 매만지는 시간이 되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