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일찍 온다고 한다. 딸아이를 보면 내가 자라던 때에 비해서 육체적인 발달도 몇 년은 빠른 것 같다. 그에 따라서 호르몬 분비도 빨라져서 사춘기도 조만간 올 듯하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한 집에 우글거리며 살아서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교류할 상대가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와 내가 얼굴을 맞대고 있을 뿐이어서 완충 지대가 없는 것도 걱정이다.

이미 아이가 사춘기를 맞았거나 사춘기를 치러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에 따라서 그 양상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막상 내 아이가 사춘기가 된다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으로라도 미리 조언을 들어두고자 <17세의 마음문 노크하기> (2011, 서선미 지음, 들녘 펴냄)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선미 선생님은 교육학 석사로서 상담심리를 공부했고, 12년째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금은 안양청소년센터 상담 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햇살쌤'으로 불릴 정도면 그 온기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겠다.
그간 사춘기를 맞아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상담한 내용으로 지은 이 책은 크게 가족, 꿈, 친구, 정신 건강, 성이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생들이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라는 두 세계를 오간다. 가정이든 학교든 아직은 자율보다는 타율이 힘을 발휘하는 시기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시 열기 때문에 짓눌려서 또래들은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꺼내놓기 힘들어하고, 그런 힘듦이 쌓이면 문제 행동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햇살쌤 서선미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대신, 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준다. 자신을 누르는 문제에 지친 아이들에게 그런 경청이 얼마나 필요했는지, 감싸 안아주고 이해해주는 손길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게 된다. 많은 아이들을 상담한 경험을 통해 저자는 요즘 학생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파악하고 있었으며, 무엇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행동인지를 정확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한 꼭지는 아이의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 가정 환경 설명 등을 지나 선생님이 아이와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의 순으로 진행된다. 문제 행동을 가진 아이에게 올바른 생각을 가지도록 일깨워주는 동시에, 부모님에게는 올챙잇적 생각을 못 하는 개구리 같은 모습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감싸주는 모습을 요구한다. 각 꼭지의 마지막에는 '마음문 노크하기'라는 코너가 있어서,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문서를 작성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내 아이가 어려서, 내가 혼을 내도 금세 히히 웃으며 달라붙는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기 전에 내 문제적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아이들처럼 가정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고 엄마를 부담스러워하게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잘해야겠다.

책 제목에는 '17세'이지만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생 이상을 둔 부모님이라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 에세이> (2010, 고정원 지음, 리더스가이드 펴냄)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