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라오스를 처음 만난 것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2009, 오소희 지음, 북하우스 펴냄)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학교 다닐 때 지리 대신 사회를 선택했던 터라, 그 전까지는 라오스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 몰랐다. 그래서 전적으로 오소희 작가의 눈에 의지해 라오스를 바라보았고, '욕망이 멈추는 곳'이라는 책 제목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오소희 작가가 어린 아들과 함께 여행해서 특별했다면,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2011, 김향미, 양학용 지음, 좋은생각 펴냄)의 저자들은 부부 여행자여서 특별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여행기를 보면 대개 혼자이거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많았는데, 신혼여행을 제외하고 부부가 함께 오랜 기간 여행하는 것은 꽤 드문 듯하다. 여행을 할 때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게, 이 부부의 라오스 여행기는 꽤 신기하다.

김향미, 양학용 부부는 베테랑 여행자들이다. 1994년 결혼하면서 '꿈을 찾아가는 동지'로 살아가기로 했고, 2004년에 '비행기와 여객선과 열차와 중고차로 세계 47개국을 967일간 여행'한 다음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를 펴냈고, 4년 후에 한 달간 라오스를 여행한 후 펴낸 책이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이다. 이 글들은 '좋은생각' 잡지사의 메일진으로 먼저 만나보았던 터라,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 참 반가웠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앙부에 있는 내륙국으로서,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도는 비엔티안이고, 라오어를 쓴다.

베트남을 거쳐 라오스로 들어간 이들은 아따뿌, 팍세, 시판돈,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폰사반을 여행한 후 베트남의 빈과 하노이를 거쳐 여행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은 '떠난 이유를 알게 해준 사람들', '느릿느릿한 삶에 행복을 수놓는 사람들', '순수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챕터를 거쳐 마침내 '그들이 있기에 사랑스러운 라오스'로 수렴된다.

살아가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아름다운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만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다. 여행이라는 일탈에서 흥분과 경험과 재미만을 좇을 수도 있지만, 저자들은 따뜻함과 여유와 사람을 택했고, 그 선택은 '바쁜 마음도 쉬어가는' 라오스를 잘 보여주었다.

 

10여 년 전 동남아시아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보니, 여행을 다니는 나이 든 외국 커플이 꽤 많아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우리도 이제 부부의 여행이 보편화되면 좋겠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사람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책 커버를 뒤집으면 라오스 지도 위에 이들이 다닌 도시가 표시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라오스 여행 팁과 친구 만들기, 간단한 라오 말이 나와 있어서 재미가 쏠쏠하다. "사바이디(안녕하세요)", "곱짜이(고맙습니다)" 는 필수이고, "커이 막 짜오(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랴.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