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담은 <인간 종말 리포트> (2008,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민음사 펴냄)에서 충격적인 상황을 설정한다. 동식물은 물론 인간마저도 여러 가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동물들은 전적으로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창조된다. 장기 이식을 위해 사람의 장기를 여러 개씩 몸속에 지니고 사육되는 돼지, 이종 간 유전자 교배에 의해 만들어진 키메라 등 다양한 분야가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필요한 동물 조직만 배양하는 곳이었다. 요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닭가슴살과 푸아그라 요리를 위한 거위 간, 닭다리 등 사람에게 인기가 있는 부위만을 만들어내는 공장이었으니, 지금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마음을 꼭 짚어낸 것 같지 않은가. 숨 쉬고 살아 있는 온전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사람의 먹을거리로만 존재하는 동물의 위상이 보이지 않는가.

공장식 닭 사육 현장을 보고 충격을 받아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 환경운동가 대니 서의 이야기를 듣고, 앎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여전히 나는 육식을 한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머리와 입의 거리를 줄이고자 택한 책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2011,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민음사 펴냄)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 꽤 알려진 이 작가의 세 번째 소개된 책인 이 책은, 결혼하여 아들을 얻은 후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된 저자가 그간 모은 자료를 가지고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위해와 생명 유린을 가져오는지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육식은 단순히 식성의 기호 문제가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 비해 사람의 생명이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을 위해 다른 동물들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이론에서 바탕한 것이다. 게다가 최소 비용 최대 이익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생명이 적용될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사육되는 닭들의 99.9%, 산란계의 97%, 칠면조의 99%, 돼지의 95%, 소의 78%가 공장식 축산업에 이해 지배되고 있다. (145쪽)

이 책에서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2005, 템플 그랜딘 지음, 양철북 펴냄)에서 만났던 동물학자이자 자폐인인 템플 그랜딘 박사의 활동을 볼 수 있었고, <잡식동물의 딜레마> (2008, 마이클 폴란 지음, 다른세상 펴냄) 및 <식품주식회사> (2010, 에릭 슐로서, 로버트 켄, 게리 허시버그, 피터 프링글, 마이클 폴란 지음, 따비 펴냄)에서 만난 마이클 폴란의 이야기가 나오며, <도살장> (2008, 게일 아이스니츠 지음, 시공사 펴냄)에서 읽었던 비윤리적인 도축 현장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간 읽었던 육식 관련한 책들의 내용이 중첩되며 나를 감싼다.

이 책들을 다 읽은 나는 아직도 육식을 좋아한다. 고기 요리가 없으면 손님을 대접하는 데 소홀했다는 기분이 들 것이고, 뷔페에 가면 샐러드보다 고기를 더 많이 퍼 올 것이다. 그러나 앎과 실천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노력의 중간에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놓을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