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매장에 쌓인 물건들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겐가 쓰이다가 결국 떠나와서 다음번 주인을 기다리며 쌓인 물건들. 작년에 읽은 제럴딘 매코크런의 <새빨간 거짓말> (2010, 미래인 펴냄)에도 중고 매장에 진열된 물건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흥미로운 남자 MCC 버크셔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만난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2011, 미치오 슈스케 지음, 북폴리오 펴냄)의 일본어 원제는 'カササギたちの四季', 즉 '가사사기들의 사계절'이다. 책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 '사계절'이라는 말이 아주 정직하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제목에 '수상한'과 '중고매장'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얼마나 수상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넘기게 된다. 표지 자체도 콧수염과 구레나룻에 파이프담배를 문 남자가 양복에 컨버스화, 소녀틱한 밀짚모자를 쓰고서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를 들고 있다. 빨간 창고형 가게 앞에는 파리 한 마리가 있어서, 중고매장이 파리 날리는 상황임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어떤 이야기일까?

 

가사사기의 중고매장에는 사장인 가사사기, 부점장이라고 하지만 조수에 가까운 히구라시, 중고매장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여중생 미나미가 고정 멤버로 등장하고, 매 이야기의 시작에는 오호지 절의 주지인 다치바나가 소개된다. 많지 않은 인물들이 그다지 바쁘지 않은 매장 일을 하면서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청동상이 왜 불에 그슬렸는지, 고양이가 왜 사라졌다 나타났는지, 2년의 수습을 마치고 마침내 정식 제자로 받아들여진 사치코가 왜 공방을 그만두려고 하는지, 오호지 절의 주지인 다치바나의 아들 소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리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틈만 있으면 사건에 말려들어 주겠다고 벼르는 구석'이 있고 툭하면 '앞으로 한 수만 더 두면 체크메이트'를 달고 사는 가사사기는 자신을 셜록 홈즈로, 히구라시를 왓슨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반대이다. 히구라시는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측을 완결시키는 것과 동시에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고 해결한다. 그래서 묘하게 손발이 안 맞는 이들이 완벽한 콤비를 이루는 것일 게다.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난다. 그 아쉬움으로, 책 마지막에 실린 '미치오 슈스케 특별 인터뷰'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작품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는 참 소중하고, 여기에서도 자부심과 기분 좋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가볍지 않은 내용을 가볍게 표현한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은, 그간 읽었던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들과 같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언젠가 가사사기와 히구라시 콤비의 이야기를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미치오 슈스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