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가 정규 과목에 포함되었다. 영어 교과서와 CD가 함께 배부되는데, 쓰기와 읽기가 아니라 말하기와 듣기가 위주가 되어 흥미로워 보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알파벳 쓰기부터 영어를 배웠던 구식 엄마인 나는, 도대체 아이에게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학업과 관련된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영어 학원도 안 보내다 보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딸리는 것이 느껴진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만큼은 자유롭게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읽게 된 것이 <How to English> (2011, 김현수 지음, 미래인 펴냄)이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16살인 저자는 어려서부터 프로필이 아주 화려하다. 4살 때부터 영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5살 때부터 어린이 간판 프로그램에서 영어 MC를 맡았다. 그 이후로 매년 다양한 영어 대회들에서 대상 또는 챔피언상을 휩쓸었고, 각종 영어시험에서 1급을 취득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살다 온 것도 아니고, 오로지 엄마와 함께 공부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저자가 이런 성취를 거두게 된 것은 부록 1, '영유아기, 아동기에 접한 영어 환경'에서 설명된다. 임신 전, 임신 중, 영아기, 유아기, 만 7세 이후로 나누어 꼼꼼하게 적어 놓은 영어 책과 교구, 비디오테이프 들을 보면, 그리고 저자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보면 가정 환경이 공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저자 자신이 원래 언어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너무나도 화려한 저자의 이력에 기 죽을 필요는 없이, 앞으로 어떻게 영어를 공부하면 좋을지 본문에서 배워 보았다. 어휘와 문법은 기본이고, 발음과 회화는 시간과 용기를 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말로도 일기 다섯 줄 쓰는 것을 버거워하는 아이에게, 영어 일기와 에세이, 서평 등을 권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먼 일이다. 더구나 여기에는 첨삭 지도를 해줄 만한 선생님이 필요하다.

4장은 저자가 섭렵한 영어 관련 시험들의 특징을 설명해 놓은 것으로서, TOEIC만 겨우 쳐 본 나도 많이 배웠다. 5장과 6장은 영어와 관련된 여러 대회들을 말하고 있었고, 마지막 7장은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영어로 놀았는지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 놓았다.

 

영어만큼 실생활에 바로 접목 가능한 학문도 드물 듯하다. 아니,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커서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지금부터라도 영어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는 재미를 들이게 해야겠다는 의욕이 부쩍 든다. 그를 위해서는 나도 함께 공부해야겠지만 말이다.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재미로서 영어를 바라보게 한 흥미로운 책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