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로서 처음으로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력 때문에, 밀물처럼 밀려드는 일본 작가들 틈에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이름은 차별화된다.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었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우리나라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다. 그중에서 '더 좀비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레벌루션 no. 3>,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로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김봉석 님은 <레벌루션 No. 0> (2011,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북폴리오 펴냄)의 앞에 실은 추천의 말에서 좀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무엇', '인간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이방인', 예를 들면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국적이 한국이나 조선이어서 일본인이 아닌 코리안 재패니즈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이번에 만난 <레벌루션 No. 0>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더 좀비스 그룹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담고 있다. '더 좀비스 비긴즈'라는 것이 맞겠다. 순신, 가야노, 히로시, 야마시타,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의 고등학생들은 삼류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폭력 교사 사루지마와 노구치 시니어에게 시달림을 받고, 마침내 학교 차원의 거대한 조직적 폭력에 맞서게 된다.

어떤 체제이든 순응하고 따른다면 마음의 고민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강요와 폭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학교 측에 맞서 더 좀비스와 친구들이 행동을 개시한다.

 

지금 학교에 다니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 무슨 잘못이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긴다고 해서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잘못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거나, 잘못을 인식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인간이 필요해. 나는 그 때문에 지금 학교에 있고 싶어.

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155쪽)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조직을 포기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래서는 절을 영영 개선할 수 없다. 혼자만 빠져나가면 쉽게 편해질 수 있지만, 더 좀비스는 정면으로 맞서고, 마침내 변화를 이루어낸다.

 

생물의 진화는 언제나 위험과 함께한다 (29쪽)

이 모든 변화의 스타터 피스톨로서 더 좀비스의 활동이 기대된다. 지금껏 눈과 귀를 막고 나 자신의 보전만을 위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면서, 그간 신경 쓰지 못했던 더 좀비스의 이후 이야기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바꿔 보고 싶은 아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