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중 교수님은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2008, 석영중 지음, 예담 펴냄)를 통해 처음 뵈었다. 세계고전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작품을, '돈'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흥미로운 책이었다. 한 작품을 대할 때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삶과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 상황을 알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인 <가난한 사람들>, <미성년>, <도박꾼>,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짝지어 설명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석영중 교수님은 <뇌를 훔친 소설가> (2011, 석영중 지음, 예담 펴냄)를 통해, 문학을 뇌과학과 연결하였다. 이 책의 부제가 '문학이 공감을 주는 과학적 이유'인 이유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학문이 만나 새로운 관점에서 복합적인 성취를 이루어나가는 융복합 기술이 유행하는 현실에서, 문학의 감동을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문학은 철저하게 정신적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과학 기술이 정신과 영혼의 존재를 밝혀낼 정도로 발전하지는 못했기에,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정신 작용의 흔적을 규명하려고 하는 것이 뇌과학이라고 생각한다. <뇌를 훔친 소설가>에서는 흉내, 몰입, 기억과 망각, 변화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각 거울 뉴런, 신경전달물질, 뇌 측두엽 속에 위치한 해마(hippocampus)를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와 연결하여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뇌과학자가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전문적이겠지만, 이 책은 뇌의 활동에 대해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문학 작품에서 공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 기전에 대해 다룬다. 그래서 톨스토이, 푸슈킨, 바이런, 괴테,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허먼 멜빌, 마르셀 프루스트, 체호프, 고골 등의 작품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설명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의 일부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라도 읽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뇌과학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니 훨씬 덜 어려우면서도 새롭다. 우리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을 마련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이런 융복합적 시도를 통해 문학의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신이란 뇌에 의해 수행되는 작용들의 집합이다"

- 에릭 캔델,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신경생물학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