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가장 잔혹한 범죄 중 하나이다. 사람의 생명은 교환이나 협상의 수단이 되기에는 너무나 귀중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2011,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는 그런 인질극을 주요 사건으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약혼녀를 집으로 초대하고서 기다리던 정신과 의사 얀 마이는 약혼녀에게서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말라는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바로 집으로 찾아온 경찰은 그의 약혼녀가 1시간 전 교통사고를 당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렇게 사라진 약혼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고, 대신 그에게 돌아온 것은 조작된 사건으로 인한 의사 면허 박탈과 일의 상실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얀은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하고서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과 교환할 대가는 바로 8개월 전 사라진 약혼녀의 행방을 알아내라는 것.

 

이 인질극에서 협상가로 활약하는 사람은 이라 자민이라는 여성 경찰이다. 큰딸의 자살을 막지 못했고, 작은딸마저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바람에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오늘 아침 권총으로 자살하려던 참이다. 죽는 데 필요한 음료수를 사러 나간 길에 남자들의 총 대결을 중재하게 되고, 이라를 데리러 온 경찰 동료 팀을 만난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발생한 인질극에서 협상을 맡아 달라는 것이다.

 

인질들을 감금하고 위협하는 얀 마이와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하기 위한 이라 자민의 대화에는, 자신의 생명만큼 사랑한 존재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정신과 의사와 협상가라는 비슷한 점 때문에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인질범의 요구대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의 사실을 뒤집는 정황이 계속 발견되고, 베일에 싸인 얀의 약혼녀 레오니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진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 사람이 개입하여 만들어낸 치밀한 두뇌 싸움이 드러난다.

 

인질극은 말 한 마디에도 누군가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첨예한 긴장이 요구된다. 거기에다 협상 내용이 라디오로 생방송되므로 이야기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지만, 진실이 아니면 그 진심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진실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나 자신이 딸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이라에게 나를 대입하여 책을 읽었다.

한 치 앞도 모르게 전개되고 계속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현실만을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본 느낌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