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9년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서 L. J. M. 다게르의 은판사진이 발명품으로 인정받은 이후 사진은 많은 면에서 회화를 대체했다. 그리고 사진이 발명된 후의 150년보다 그 이후의 20년에 더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3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사진사가 와서 반별로 단체 사진을 한 장씩 찍어 주곤 했는데, 십여 년 전부터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어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렇게 사진이 널리 보급되면서 문턱이 낮아졌지만 예술 작품으로서의 사진은 다른 문제이다. 단순한 현실의 기록으로서가 아니라, 회화처럼 작가의 시선과 사상, 표현을 다양한 면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진들로 우리나라를 끌어가고 있는 사진작가 20인의 역사와 작품을 모아서 설명하는 책이 <사진을 바꾼 사진들> (2011, 최건수 지음, 시공아트 펴냄)이다.

저자는 사진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 사진 평론가, 작가이고, 현재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함과 동시에 한국사진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시다. 사진에 관한 이 길고 오랜 지식과 경험이 <사진을 바꾼 사진들>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사진을 바꾼 사진들>은 두 챕터로 나뉜다. '상상을 탐하는 사람들'에서는 강홍구, 김병걸, 데비한, 유현미, 이상현, 임양환, 임택, 장승효, 정동석, 천경우 작가가 소개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분들은 '그림으로, 조소로, 디자인으로 사진과 이종교배를 시도한 작가들'이다. 회화나 조각 등을 전공하다가 사진을 택한 작가들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회화로, 조각으로 사진을 확장하고 풍요롭게 했다. 피사체라는 사진의 내용뿐 아니라 인화하는 방식을 달리함으로써 다양성을 구현한 이도 있고, 셔터 속도를 느리게 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담기도 했으니, 사진이라는 매체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챕터인 '세상을 읽는 사람들'에는 고남수, 구본창, 김대수, 김윤호, 노순택, 민병헌, 염중호, 이정진, 주상연, 최병관 작가가 소개된다. '사진으로 사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10명의 작가'로 저자는 분류한다. 사진에 대한 문외한으로서 볼 때 우선 1부에 비해 사진들이 편하다. 기기묘묘한 구성에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해석할 필요가 없이 그냥 보면 된다. 그러나 저자의 말을 통해, 작가의 말을 통해, 사진을 통해 이 작품들이 의미하는 것을 읽으면 사진은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나는 사진 보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그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이런 책이 참 필요하다. 하나의 작품만을 달랑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병행해서 보니 더 충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폭넓은 지식 덕분에 우리나라의 사진작가 20분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