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의 기말고사 성적 때문에 내 딸아이는 이번 여름 방학을 아주 호되게 보냈다. 작년까지는 내가 회사를 다니는 터라 공부를 봐줄 틈이 없었는데도 최고 성적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내가 집에 있었는데도 턱없이 낮은 성적을 받아 온 것이다. 처음 맞는 상황에 아이도 나도 깜짝 놀랐고, 그 덕분에 이번 여름에는 선행학습은커녕 1학기 복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진땀을 뺐다.

그런데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 (2011, 신의진 지음, 걷는나무 펴냄)를 보면서 내가 정말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아직까지는 아이에게 학업과 관련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른 부모와 다르다고 자위하고 있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의 나이에 따른 심리에 대해 많은 책을 내신 저자는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전문의로 활동하고 계신다.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는 2004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의 아들 둘을 키우면서 내셨던 책의 개정판이다. 7년 만에 개정판을 내고자 하면서 확인해 보니, 책에 썼던 원칙들을 지키며 살아왔고, 지금도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하신다. 저자의 삶에 적용된 원칙이니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는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경직된 단체 생활에 들어가는 아이의 불안감과 압박감을 알아주어야 한다.

파트 2에서는 행복한 아이는 어떤 모습인지를 이야기한다. 공부를 잘하나 못하나가 아니라 아이의 성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덕목 7가지를 체크해 본다.

파트 3은 저자의 삶에서, 그리고 저자에게 상담을 받은 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도출한 바람직한 교육법, 바로 '런 하우 투 런'을 소개한다. '새로운 자극이 들어왔을 때 뇌를 전부 사용해서 그걸 잡기 위한 방법'(104쪽)으로 소개하는 이 공부법은, 인식과 전략과 정서라는 학습의 3대 요소 중 전략을 세우는 데 제일 효과적이라고 한다. 여기 소개된 20가지의 런 하우 투 런 학습법 20가지를 찬찬히 보니, 아이뿐 아니라 부모부터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동기와 보상을 통해 집중력, 사고력, 학습 동기, 체력, 원리 이해, 자신감 등 길러 주어야 할 덕목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의 자세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한다.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아이에게 던졌던 말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하면 겁이 나기까지 한다.

 

책을 읽을수록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직 초등학교 중학년인데도 공부에 목을 매려고 했던 조급함, 아이가 스스로 하기를 바라며 윽박지르던 매서움, 올바른 절차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화만 냈던 무책임함, 솔선수범하지 못한 이중성 등이 참 미안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제부터 아이의 재미있는 초등학교 생활을 만들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