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화장을 하려면 피부가 좋아야 한다는 말 때문에 결혼하기 전 피부 마사지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삶을 통틀어 피부에 투자한 유일한 시기였다. 향기로운 냄새에 둘러싸여 누워 있노라면 스팀 타월로 모공을 열어준 다음 얇은 거즈 위로 시원한 팩이 철벅철벅 발렸다. 그렇게 피부가 시원하게 진정되는 동안 시각이 차단된 마음까지 조용히 진정되어 갔다.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바르고 닦아내고 또 바르다 보면 정해진 시간이 다 지나갔고, 보들보들 촉촉한 피부와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피부관리실을 나섰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는 세수를 마치고 스킨 로션조차 바르기 귀찮아하는 게으름 때문에 피부에 신경을 못 쓰고 살고 있지만, 그 향기로운 기억만은 생생하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사계절 천연팩> (2011, 이경진 지음, 미디어윌 펴냄)이다. 요즘은 워낙 다양한 워셔블 팩과 마스크팩 들이 판매되고 있어서 피부 타입별로, 기능별로 골라 쓸 수 있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그러나 T존은 지성이지만 U존은 건성이라든가, 워낙 피부가 민감해서 아무거나 바를 수 없는 이들, 화장품 전성분을 꼼꼼히 살피며 메틸파라벤 같은 방부제나 첨가물에 예민한 이들이라면 자신의 특성에 맞게 안전하게 만들어 쓰는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계절 천연팩>은 그런 관심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뚜렷한 여름과 겨울, 그 사이를 잇는 봄과 가을의 환절기 탓에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으로 만들어 쓰는 천연 화장품을 소개한다. 헤어팩, 마스크팩, 마사지 오일, 입욕제, 핸드 크림, 롤온, 립 틴트, 앰플, 목욕 소금 등 종류에 따른 적용 부위와 효과가 정말 다양하다.
용량을 정확하게 잴 수 있는 전자 저울과 유리 비이커, 가열해서 온도를 맞추기 위한 핫플레이트가 제조 도구로서 필요하고, 화장품 재료로는 에센셜 오일, 캐리어 오일, 정제수, 허브와 약재, 다양한 분말, 소금이 들어가며, 완성된 화장품을 담을 용도별 용기도 필요하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화장품을 넘겨 보며 참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하다는 생각, 정성을 조금 들이면 이렇게 다양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속눈썹까지 예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롤온과 클레이팩에 관심이 간다. 언제 만들어 쓸 것인지는 기약이 없지만, 매직 레시피가 손 안에 있으니 내 관심과 의욕이 숙성되는 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