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2009, 차인표 지음, 살림 펴냄)에 이어 <오늘예보> (2011, 해냄출판사 펴냄)로 차인표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 전작이 일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종군 위안부의 삶을 잔잔하고 애달프게 그려낸 것에 비해, 이번 <오늘예보>는 그 분위기를 확 바꾸어 삶이 지지리도 어려운 이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 표지에서 마이크와 온갖 기계에 둘러싸여 말을 하고 있는 이가 DJ 데블이다. 악마, 사탄을 뜻하는 DJ 데블은 '애청자 여러분의 하루를 정확하게 예보해 드리는' 하루예보 코너에서 오늘 일어날 희망 없는 일들을 얘기한다. 특히 '하루가 무지하게 꼬여버린 삼총사'에게 말이다. 자살을 앞둔 나고단 씨, 골수이형성증에 걸려서 아픈 딸을 둔 박대수 씨, 아들과 떨어져서 보조출연자로 근근이 살아가는 이보출 씨. 이들의 삶이 순서대로 본문에 펼쳐진다.

나고단, 박대수, 이보출의 삶은 참 안 풀린다. 
무정자증으로 아예 아이가 없고 아내마저 집을 나간 나고단, 돈이 없어서 아들과 생이별한 이보출,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얻었으나 아이가 아파서 무균실에 격리되어 있는 박대수. 번식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얻지 않던가. 삼총사 중 어느 하나에게도 행복한 가정이 허락되지 않는다.
게다가 열심히 살고자 해도 어쩌면 그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웨이터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미국산 스테이크 식당을 열었지만, 개업 날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대국민 촛불집회가 시작된 나고단, 열악한 환경과 많지 않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보조출연자 자리를 얻기 위해 온갖 일을 감당하는 이보출, 건달 시절 떼인 돈을 받아내는 일을 했으나 정작 자신의 돈을 이보출에게 떼이고 딸아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보출을 잡으러 다니는 박대수의 삶이 녹록지 않다.

진지하게 읽어보면 셋 모두의 삶이 안타깝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의 삶에 깨알 같은 웃음을 여기저기 심어 놓아서 끝없이 가라앉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겨낼 희망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것, 사소해 보이더라도 최선을 다하라는 것,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고귀한 행동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기나긴 고단한 하루가 지나고 작가는 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함으로써 마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그것도 서로 함께하는 미래로 말이다. 용서와 화해, 사랑과 미래가 앞으로의 날을 밝혀줄 것이다. 

차인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