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이 뭘까? 생활에서 접하는 사소한 일들에는 대략이나마 대답할 수 있지만, 형이상학적, 또는 존재론적 질문에는 막상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또는 1년을 살아내기에 바빠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추구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애써 묻어 두었던 질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상수리 What 시리즈의 첫번째 권으로 <행복이 뭐예요?> (2008,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상수리 펴냄)을 읽으면서 행복에 대해 아이들의 질문을 들어보고 그에 대해 좀더 생각할 수 있는 대답과 질문들을 함께 하기로 한다.

<행복은 뭐예요?>에서는 네가 행복하다는 걸 어떻게 알아?, 행복해지는 건 쉬울까요?, 어떻게 해서든 행복해지려고 해야 하나요?, 돈이 행복하게 해 줄까?, 행복해지려면 친구들이 필요할까요?, 왜 우리는 가끔씩 불행할까요?의 여섯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번째 질문인 '네가 행복하다는 걸 어떻게 알아?'의 대답으로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마음이 붕붕 뜨면서 기분이 좋아지지요, 우리는 불행해진 다음에야 행복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때때로 세상은 아름답고, 주위의 친구나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웃게 만듭니다, 우리는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시험을 망쳤다거나 하는 기분 나쁜 일들은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의 대답들이 나온다.
각 대답은 두 쪽에 걸친 그림과 함께 하고, 그 아래에는 그 대답에서 파생한 질문들이 또 서너개씩 가지를 치며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는 '행복하다는 걸 꼭 알아야만 할까요?'라는 반문으로 첫번째 질문에 대한 앞의 대답들을 아우르는 마무리를 실었다. 그 결론은 행복은 결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기분이 좋든 나쁘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마음을 올곧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패턴이 이 책에 실린 여섯 개의 큰 질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 아이들이 하나의 궁금증에 대해 다양한 넓이와 깊이로 생각할 여지를 준다.
아이들과 고양이로 이루어진 그림은 띠지와 같은 색깔로 알록달록 칠해 있어서 상당히 무거운 질문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철학 교수 이주향 님은 추천사에서, 이 땅에 온 별이 빛을 잃고 돌이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탓이며, 그런 컴플렉스 때문에 놓친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라고 이야기한다.
초등학생들도 이제 배울 것이 너무 많아서 바쁘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예능 지도를 받고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 보면 행복이 무엇인지, 함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등과 같이, 시험 문제에는 나오지 않지만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들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이처럼 넓고 깊게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면, 지식은 있으나 지혜가 없는 어른들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