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매를 하지 않으면 주말에 영화를 보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 본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다른 시공간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일까. 예전에 제사장이 있던 시절, 의식이 벌어지는 특별하고 신성한 공간 같은 역할을 지금의 극장이 하고 있다는 어떤 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이미 현실과는 구분되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을 체험할 마음의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극장이라는 공간이 특별하다고 말이다. 
영화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배우들의 연기가 곁들여지기 때문에, 관객들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쉽고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을 거쳐 왜곡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인기는 오래 갈 것이다. 표면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원작자와 감독이 나타내고자 했던 속뜻까지 알아낼 수 있다면 영화는 정말 효과적인 매체가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담긴 뜻을 짚어주는 책이 여러 권 나왔는데, 이번에 만난 책은 영화와 심리학을 접목한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2011, 선안남 지음, 시공사 펴냄)이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해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기관에서 상담자 수련을 받은 저자는, 지금까지 심리학에 관한 책을 다섯 권 펴냈고, 이번에는 영화와 심리를 연계하여 '무뎌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펴냈다. '영화와 드라마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이들' 모임에서 2년간 활동하면서 영화 심리학을 익힌 저자는, 상처와 치유, 내면과 변화, 관계와 소통, 사랑과 욕망이라는 네 가지 테마로 27편의 영화와 27개의 심리학 용어를 이야기한다. 
영화를 다룬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본 영화가 별로 없다는 것이 당혹스럽다. 영화를 본 후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시간과 비용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책만 읽었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영화 줄거리를 적어놓았고, 그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심리에 대해 분석하고 있어서 영화나 심리학 용어의 설명 모두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작년에 딸아이와 함께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앨리스의 꿈 부분을 무심하게 넘겼는데, 이 부분의 책을 읽어 보니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가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를 택한 처녀 앨리스도 그렇고, 상상의 세계임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원더랜드도 그렇고, 상상력과 정체성, 주인공 선언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었음을 이제서야 알겠다.
영화와 심리학 전문 모임에서 다루었던 것인지, 이 책에서 처음 제목을 듣는 영화도 있었는데, 다양한 삶의 국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부드러운 파스텔톤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책을 꾸몄고, 일러스트와 영화 스틸 컷이 간간이 들어가 있어서 눈이 즐겁다. 이제 영화를 본다면 더 깊은 눈과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