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인가 2000년을 기점으로 좀 조용해졌다가 올해 초부터인가 2012년 종말론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에서 그 예언의 근거에 대해 다룬 것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무서워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바쁜 현실 때문에 종말에 대한 두려움을 잠깐 접고 있지만, 자려고 누워 있을 때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가끔씩 종말론에 대한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젠가 확실히 닥칠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근거 없는 2012년 종말론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 책 코너에서 '실비아 브라운'으로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 7종이고, 예언, 전생과 내세, 불가사의에 대한 설명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책들의 목차를 읽어보니 참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세계 최고의 예언가이자 영매로 알려진 실비아 브라운은 어려서부터 여러 종교적 배경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의 영향을 받았고, 심리학과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배경 위에서 종말론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하여 <종말론> (2010, 실비아 브라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을 내고 있다.

실비아 브라운은 <종말론>에서 잉카, 마야, 아즈텍 문명 등 고대 신앙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 기독교와 유대교, 가톨릭이라는 거대 종교가 말하는 지구의 종말, 이슬람교, 힌두교부터 자이나교까지 다양한 종교들에서 말하는 종말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런 다음에는 종말을 예언한 사람들을 에드가 케이시부터 노스트라다무스까지 거론하고, 종말론을 주장하는 교파들도 그 생성 기반과 역사까지 충분히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종말 예언들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종말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여 교세를 확장하거나 지키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의 2012년 종말론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다음에는 실비아 브라운 자신이 예견한 지구의 앞날을 2100년까지 거론한다. 2100년 이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지금의 추세대로 지구를 파괴할 경우 지구에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 개화된 영혼과 어두운 존재로 나누어 내세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육체와 영혼, 지구와 우주, 현세와 내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종말론>을 읽으면서 세계의 많은 종교에 대해 배운 것이 첫번째 수확이고, 근거 없는 종말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두번째 수확이며, 사람이 노력할 경우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세번째 수확이고, 지금은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더라도 결국은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고 안아주실 거라는 안도감을 갖게 된 것이 네번째 수확이다. 지금껏 기독교의 하나님은 잔혹하고 반드시 복수하는 신으로만 느꼈는데, 실비아 브라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조언처럼 종말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삶을 흘려보내지 말고, 지구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12년 종말론에 흔들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