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와 미나토의 책은 우리나라에 5권 출간되어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 <새빨간 사랑> (2007), <수은충> (2009), <오늘은 서비스 데이> (2010)의 세 권을 읽어 보았다. <오늘은 서비스데이> 이전에 읽은 두 권은 참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이고 어딘가 뒷맛이 씁쓸한 그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책 날개에 보면 슈카와 미나토는 '독특한 상상력과 섬세한 묘사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스릴과 공포를 주는 노스탤직 호러의 대표 작가'로 소개하는 것처럼 호러 작가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그런 느낌은 <오늘은 서비스데이>에서 확 바뀌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다섯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작품집이다. 표제작인 '오늘은 서비스데이'가 110쪽이 조금 넘는 중편이고, 나머지는 40~60쪽 정도의 단편이다. 

언제나 '오늘은 서비스데이'라는 깃발을 걸어둔 소바가게에서 서비스로 주는 삶은 계란을 넣은 국수로 아침을 먹는 나, 쓰루가사키는 이것저것 다 파는 회사의 영업 과장이다.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그는 그 날이 그 날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고, 승진에서 추월당해 후배를 부장으로 모시고 있다. 집에서든 회사에서든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소심남인 그는, 마침내 명예 퇴직이라는 형태의 정리해고를 통보받는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영화 비디오를 틀었는데, 그 안에서 오늘이 쓰루가사키의 서비스데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의 앞에 소설 같은 서비스데이가 펼쳐진다. 

사고와 관련된 물품들을 수집하여 서로 보고하고 평가하는 '도쿄 행복 클럽', 오른손 유령과의 조우를 담은 '창공 괴담', 소년의 성장을 말하는 '기합 입문'은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시공간의 이야기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고, 자살하여 스틱스 강을 건너게 된 스무 살 아가씨의 이야기인 '푸르른 강가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예전의 두 책에서라면 어둡고 잔혹하게 끝냈을 이야기들이 이번에는 대부분 따뜻하고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어서 더 따뜻하게 읽을 수 있었다. 노스탤직 호러 작가라는 그의 이미지도 꽤 독특했던 터라, 그 특징이 사라진 듯해서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그의 밝은 면을 만나게 된 것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