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어 학습서들은 mp3 파일이 딸려 있어서 참 좋다. 예전에 내가 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나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던 때에는, 선생님이 커다란 카세트와 테이프를 가지고 와서 한두번 틀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테이프를 한 구절씩 틀어 주시면 다같이 한 목소리로 따라하는 것이 끝이어서, 그 이후로는 기억을 더듬거나 생각나는 대로 발음하기 일쑤였다. 아님 머리로만 읽든가. 
그런 문법 위주의 문어체인 교과서 시대를 지나 이제 구어체의 일본어가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문화가 섞이면서 잠깐 사이에도 수많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처럼, 일본에도 특히 영어와 일본어가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신조어가 많다. 과학 논문처럼 격식을 차린 단어를 쓰는 글은 읽고 이해하기가 쉬운데, 일본 드라마나 영화처럼 구어가 많은 것은 문장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단어조차도 낯선 것이 많았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 (2009, 오쿠무라 유지, 임단비 지음, 사람in 펴냄)이다. 

이 책은 집안거리, 먹거리, 자랑거리, 느낄거리, 큰일거리, 일거리, 길거리, 하늘거리, 놀거리, 1년 놀거리라는 커다란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황의 단어와 문장들, 대화 문구를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실었다. 예를 들어 먹을거리 카테고리 아래에는 요리와 맛, 식사, 초밥, 음료, 술이라는 하위 상황이 소개되고, 1년 놀거리에는 매월의 절기 또는 행사가 실렸다. 히나마츠리와 3월 졸업, 4월 입학, 피안, 시치고상처럼 일본의 독특함을 물씬 풍기는 상황들 덕분에 그들의 문화를 좀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다. 
한글로만 작성해도 되는 우리말의 편리함과 다르게,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혼용하는 일본어는 쓰기도, 읽기도 어렵다는 생각을 새삼 한다. 동일한 한자가 경우에 따라 다른 발음으로 읽히는 것도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 나온 책을 읽다 보면 한자로 쓰인 사람 이름을 잘못 부르는 에피소드도 가끔 나온다. 이 책에는 한자 위에 발음을 히라가나로 적어 두어서, mp3 파일을 들으며 정확하게 따라 읽기가 가능하다. 
강아지와 사람이 섞여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둥글둥글한 펜그림과 더불어, 알록달록하지는 않지만 포인트색 하나씩만을 써서 깔끔한 느낌이라 눈이 편하다. 

생활문화 일본어를 통해 일본을 좀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새로 익힌 많은 단어와 구문들을 잘 따라 읽으면서 좀더 수월하게 일드나 일화 등을 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