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기사를 들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의 한 지역에서 국소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치명적인 이 전염병은 때때로 출몰하면서 공포를 일으킨다. 어디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병을 일으키는지, 어떻게 해서 사라지는지 확인하지 못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병원체이다. 
그런데 이런 에볼라, 마르부르크, 크리미안 콩고 출혈열과 함께 4대 유명 바이러스 출혈열로 불리는 것에라사열이라는 질병이 있다. 라사열은 병원균 위험도 최고 등급인 A급의 라사 바이러스 때문에 일어나는 병으로, 원래 다유방쥐 같은 설치류가 지니고 있다가 사람들의 음식이나 주거 환경에 바이러스를 퍼뜨림으로써 발병한다.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에 시달리다가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와 체액을 수돗물처럼 퍼뜨리며 죽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시에라리온 남부의 풍토병이며, 리바비린이라는 치료제를 조기 투여하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 

의학도로서의 이상과 학문적인 열정 때문에 멀린이라는 의료봉사단체를 통해 시에라리온에 들어온 저자 로스 로널드슨은, 지금껏 배우고 겪어온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시에라리온의 현실을 만난다. '이국적인 모험의 상징이자 반드시 필요한 그 무엇의 상징'(23쪽)이라는 이상을 가지고 시에라리온에 왔으나, 현실은 의료 기구와 약이 모두 결핍되어 있고 꼭 필요한 항생제마저 부족해서 암시장에서 구입해야 하고 돈이 없어서 병원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그런 부패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도착한 2003년은 시에라리온에서 1992년부터 계속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오랜 내전이 종식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서의 바이러스와의 투쟁도, 여전히 불안한 사회의 분위기도 그에게는 큰 도전이자 위험이었으나, 그 안에서 생명들을 잃고 또 지키면서 저자는 따뜻하고 커다란 의사로 자립한다.

<청년의사, 죽음의 땅에 희망을 심다>의 저자인 로스 로널드슨은 현재 UCLA 의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들을 돌며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개를 책 표지 속날개에서 읽었다. 모든 의학도들이 선서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온 몸으로 펼쳐 나가는 진정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를 만나는 감동적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