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아메리칸 드림'만큼 사람을 옥죄는 굴레도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수성가하여 부를 창출하는 사회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그들만큼 노력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의 현실을 보면 개인들의 노력에 따라 부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노력이 부와 비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기반, 즉 의료, 기간 산업, 교육, 육아, 평등 등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2009,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는 소비 대국으로 인식되는 미국의 빈곤층 경계인 워킹 푸어에 대해 다루고 있다. 22년간 뉴욕 타임스의 저널리스트로 근무한 저자가 2004년에 쓴 이 책은 전미 베스트셀러이자 미국 대학 신입생의 필독서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다같이 못 사는 사회에서는 다같이 빈곤하니 상대적인 박탈감은 느끼지 않을 수 있는데, 풍요한 사회에서 다른 이들보다 덜 가졌다면 그 박탈감은 더 상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워킹 푸어는 그런 상대적 박탈감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워킹 푸어를 '현재의 삶이 미래를 위한 삶이 되지 못하고 가난의 덫을 더욱 강화시키고 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갑자기 가족이 아프거나 해고를 당했거나 사고가 났거나 물가 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는 임금을 받을 경우 이들의 삶의 질은 끝을 모르게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떨어지면 십중팔구 빈곤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저자는 아직도 노예제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합법적인 이민자와 불법 이민자들 등 미국의 복잡한 인구 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육과 의료라는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힘겨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겨우겨우 이어나가는 삶에 지친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는 정보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넓고 깊게 만연해 있는 마약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라는 덫, 고용 안정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완전한 계약직의 위태로움을 이야기한다. 

계속 악화되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그들의 절망이 늘어갈수록 그들의 나라의 기반은 약해질 것이고, 해피엔딩은 동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이해하는 것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고 집행되기를,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만의 나라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제 우리나라의 워킹 푸어도 돌아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