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같은 반 아이와 친해졌다. 아파트도 마침 같은 라인에 사는 터라 더 많이 마주치게 되었나 보다. 내가 회사일 때문에 집에 늦게 오니, 그 시간까지 친구와 노는 날도 많았다. 항상 같이 다니기에 사이좋게 잘 노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그 아이 때문에 화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가 방귀를 뀌고서는 내 딸내미에게 냄새 난다고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나를 닮아서 상당히 고지식한 딸내미는 그것 때문에 그 친구에게 화를 냈는데, 그 친구는 농담 가지고 뭘 그러냐고 빙글빙글 웃더란다. 또 어떤 날은 우리 아이 신발을 벗겨서 차도에 던지고서 장난이었다고 하고.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되겠어서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났을 때 위험한 장난은 하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든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툭하면 절교하자고 하고 아이를 휘두르려고 해서, 학교 밖에서는 놀지 말라고 해 둔 상태이다. 2학년이 되면 반이 갈리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 (2009, 김려령 지음, 창비 펴냄)을 읽으면서 남 일 같지가 않았다. 꼼꼼하고 섬세한 천지, 천지를 이용하고 따돌리는 화연이, 그런 따돌림을 뻔히 알면서 화연이를 교정하려거나 천지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 방관자 미라. 초등학교 3학년때 전학 와서 중학교 1학년까지 그 길고 긴 세월을 이용한 화연이 때문에 결국 천지는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찾고 천지를 이해하고자, 천지의 언니 만지와 엄마 오현숙 여사는 애써 삶을 살아낸다.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와 병행해서 이 이야기 안에는 조각난 가정들의 이야기도 가득하다. 남편을 사고로 잃고 마트에서 하루종일 다리가 붓도록 두부를 부치는 판매원을 하면서 만지와 천지 자매를 키우는 엄마, 병으로 앓아누운 아내를 구박하면서 바람을 피웠고 결국 아내가 죽은 후에도 미란이와 미라 자매를 방치하는 곽만호씨, 가게 일이 바빠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화연이네 부모님,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를 외국에 보내고 혼자 남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오대오 아저씨. 더 이상 따뜻하고 애정 넘치는 전업주부 엄마와 돈 잘 벌어오는 아빠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가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들의 삶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져서 책을 읽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혼자 힘들어한 천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딸을 가슴에 묻은 엄마와, 동생을 잃고 마음껏 울지도 못한 만지도 보듬어주고 싶다. 

'주도하거나 부추기거나, 지켜보거나 눈감거나 상황을 즐기거나... 어떻게든 하나가 된 아이들'(193쪽)이라는 대목을 통해 저자는 어떤 따돌림이든 그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전체의 문제임을 각성하도록 만든다. 방관자에 속했던 미라에게 천지가 보낸 용서의 쪽지가 그것을 의미하고, 수많은 방관자들, 자신이 따돌림의 대상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아이들에게 반성과 행동을 요구한다. 더 늦기 전에, 더 괴롭기 전에. 
너무나도 술술 풀려서 현실성이 떨어지게 느껴졌던 <완득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성숙해진 내용이 마음에 든다. 많은 학교의 천지와 화연이와 미라 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칙릿이나 인터넷 소설이 아니라 이런 책을 좀 읽고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