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태엽이 달린 인형, 조종하는 줄이 달린 꼭두각시. <사과는 잘해요> (2009, 이기호 지음, 현대문학 펴냄)의 시봉, 진만 콤비는 지능이 떨어지는 이들로,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수용시설을 다룬 다른 소설들에서처럼, 아니 현실에서 그렇기 때문에 소설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원장과 직원들은 인척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 수용자들의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 구타로 이어지는 하루하루 안에서 그나마 고분고분하고 말을 들을 정도의 지능은 되는 시봉과 진만 콤비는 자칭 '시설의 기둥들'로서 복지사들에게 복종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죄를 지어서 구타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구타를 당한 이유로 죄를 찾아내게 된 것. 자신들뿐 아니라 원생들의 죄까지 찾아내서 구타를 대신 당할 정도로 이들에게 구타는 일상이고 그만큼의 존재의 의미로까지 자리잡는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시설이 해체되고 난 후 풀려난 이들은 시봉의 집에 얹히게 되는데, 사회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과'. 사과는 잘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수용시설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얽히면서 <사과는 잘해요>는 술술 넘어간다.

<사과를 잘해요>를 읽으면서 비슷한 콤비와 비슷한 시설을 다룬 정반대의 느낌의 <내 심장을 쏴라> (2009,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 펴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없이 가볍고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시봉, 진만 콤비에 비해 진지하고 불운한 콤비가 나왔었다. 미래가 없는 삶이라는 것이 누구에게 더 가혹한 현실인지 잘 드러난다.
그러나 시봉과 진만의 이야기가 더 코믹하다고 해서 그 깊이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 그렇듯 그 코믹함 뒤에는 씁쓸한 삶의 진실이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추함에 비해, 아주 단순하기는 해도 말한 것은 지키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얼마나 순수한가.

200쪽이 조금 넘는 이 이야기를 한 시간 안에 다 읽어내리면서, 수없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떠올렸다. 목이 뻣뻣해서,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자존심을 굽히기 싫어서,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자신의 욕망에 너무나 충실해서 사과를 하지 않는 이들아, 언젠가 진만이가 찾아갈지도 모르니 정성을 다한 사례금을 준비하고 기다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