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뇌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로, 인지신경과학이라는 2세대 인지과학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의 이 책 <왜 인간인가?> (2009, 마이클 가자니가 지음, 추수밭 펴냄)에는 '인류가 밝혀낸 인간에 대한 모든 착각과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1부에서 인간이라는 최소한의 조건으로서 뇌의 형태와 기능, 신체적, 정신적 차이를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몸이라는 형태에서 유전자로, 분자로 작아지면서 더 깊이 들어가면서 바라본 인간과 비인간과의 차이는 너무나도 커서, 진화 과정에서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처럼 경이로운 발전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지게 한다. 
2부는 '더불어 살기'의 조건을 말하고 있다. 단일 개체로 살아가는 하등 생물과 다르게 사람은 더불어 사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인간은 개미나 벌 들의 사회 생활처럼 본능적으로 규정된 사회가 아니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큰 뇌와 윤리, 모방과 감정이입이라는 항목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행해진 많은 심리학 실험 개요와 결과를 인용하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그렇게 다른 행동에 대한 신체적, 유전자적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3부는 더 나아가 예술과 영혼, 의식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다룬다. 얼마 전에 읽었던 <사일런트 랜드> (2009, 폴 브록스 지음, 연암서가 펴냄)에서 수술을 위해 뇌를 열었는데 영혼과 마음을 찾을 수 없었던 무지와 회의와 이해와 공감이 떠올랐다.
마지막 4부는 인간의 몸의 일부로 사용되기 시작한 기계들과 더불어 사이보그, 인공 지능 등 인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들을 말한다. 다음번 개정판에는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심리학과는 문과 계열이고 여러 생물학과 의학, 유전공학 등은 이과 계열이다. 상당히 갭이 있는 분야를 통합하여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 신경윤리학 등을 개척한 저자의 학문적 깊이에 감탄했다. 그리고 조금의 기반 지식이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적 지식들을 되도록이면 쉽게 풀어나가려고 한 그의 노력에 감사했다. 
육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유전자 조작된 실험 동물을 이용하여 그 기능과 원리를 풀어나가는데, 뇌와 감정, 영혼과 이성이라는 부분은 동물 실험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구들을 통하여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오랜만에 읽어본 딱딱한 책으로 인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