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지만 내가 사진가 조세현 씨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여배우 김희선 씨의 사진집 논란에서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가 누드 화보집을 찍었다는 것이 큰 이슈였고, 그것을 출판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법정공방까지 벌이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 그때 알게 된 것이 여러 연예인들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는 정도였다.
이번에 <조세현의 얼굴> (2009, 조세현 지음, 앨리스 펴냄)을 읽게 되면서, 저자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여전히 패션사진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를 키워드로 해서 검색한 뉴스들에서는 많은 연예인들의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그들의 삶과 더불어, '장애', '입양', '기아', '소외계층'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의 표정을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라는 띠지의 글처럼, <조세현의 얼굴>에서는 그가 2009년 여름 한때를 보낸 중국 시안 사람들의 얼굴과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그간 여러 지면을 통해 사진과 사진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 왔지만 책으로 묶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을 보아도 그 의미를 풀어내지 못하는 얕은 눈을 가진 내게, '타인과의 공감'을 이루는 매개물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도구로서의 사진(띠지 안쪽)을 직접 쓴 이야기와 함께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인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집중과 열정이 숨어 있다. 배경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사진에는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진시황릉의 병마들에게서 시간과 침묵을 읽어내고, 중국의 소수민족인 후이족들의 사진에서는 쇠락해 가는 다양성의 흔적을 본다. 그렇게 사람과 사물의 얼굴을 통해 저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그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도 나는 아직 이 사진들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평소에 글씨를 스쳐 지나가듯 책을 읽는 버릇에 길들여져, 사진에 눈을 맞추고 들여다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중국 사람들의 얼굴에서 또다른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때까지 오래 눈을 맞추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