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둘 이상 달린 것들도 무섭고, 둘보다 덜 달린 것들도 무섭다. 아주 흔한 파리가 날아와도 무서워서 소리를 빽 지르는 딸내미와 함께 시골에 사시는 선배님 댁에 갔다가, 아이가 내게서 안 떨어지는 바람에 어찌나 민망하던지. 게다가 감자를 캘 때마다 가끔씩 딸려나오는 엄지손가락만 한 굼벵이들과 뻘건 지렁이들 때문에 나도 손이 오그라들 정도였으니, 곤충이나 다른 생물들을 관찰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김을 매다가 벌처럼 생긴 등에에게 등을 한방 쏘였더니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마음이 무척 불안했다. 몰라서 생기는 불안이 더 컸겠다. 
그렇지만 큰 매장에 가면 장수하늘소인가 사슴벌레인가 사육하는 키트를 팔기도 하고, 계속 키우면서 개미집이 확장되는 것을 관찰하는 키트도 팔리니, 그런 곤충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도록 해 주고도 싶었다. 그래서 무난하게, 살아 움직이지 않으면서 곤충에 대한 무서움을 줄일 수 있는 책으로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기로 하였다. 그래서 정한 것이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1, 2> (2009, 강의영, 성기수, 표도연 사진과 글, 박지숙 그림, 일공육사 펴냄) 시리즈였다. 

1권은 '우리 학교는 곤충 왕국'으로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들을 주로 다루었고, 2권은 '신기한 곤충 세상'으로 여러 의문을 풀어주기도 하고 곤충들의 얼굴, 귀, 무늬 등의 신체적 특징과, 위장술, 겨울나기, 노래 등 생활상에 관한 것을 모아 다루기도 하였다. 각각의 곤충들을 따로따로 설명한 책들은 많이 보았는데, 이처럼 특징에 따라 여럿을 모아놓은 책은 처음 읽는다. 여기 실린 곤충 사진들은 일년 반 동안 개발한 '곤충의 눈'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더 가깝고 더 실감 나게 곤충들을 느낄 수 있었다. 

포유류보다 진화 단계상 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곤충들을 꼼꼼히 살펴 보니 수천 개의 눈으로 이루어진 잠자리의 겹눈, 손과 안테나의 역할을 하는 더듬이, 복잡한 무늬의 날개와 현란한 금속성 광택을 지닌 키틴질 껍데기, 노린재가 적을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독한 냄새 등 참으로 다양한 생존 본능들이 정교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았다. 
알면 알수록 신기해지는 곤충들을 함께 보고 관찰함으로써 아이에게 곤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고 다음에는 오히려 곤충을 찾아보려는 마음이 생기게 했으니, 앞으로 아이가 보는 세상은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넓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촬영 장비와 낯익은 배경, 모둠으로 만나서 친해지는 곤충들 덕분에 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