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전쟁을 ‘실질적’으로 체험했고 이를 기억하는 세대는 주변에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틀림없이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전쟁을 이해하고 얘기한다는 것은 ‘과거’를 반추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재’를 살펴 보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무수한 죽음이 있었는데, 이 책은 당시의 죽음을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학부 교수이자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계신 김동춘 교수는 당시의 죽임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1) 작전으로서의 학살, (2) 처형으로서의 학살, 그리고 (3) 보복으로서의 학살이 그것이다. 물론 주체(미군, 국군, 인민군, 개인 내지 사적 테러집단)에 따라, 혹은 국가권력의 보증 내지 방조에 기한 것인지 사적 보복에 기인한 것인지 등에 따라 다시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하리라.

죽음이 상시적으로 존재했고, 어디로부터 누구에 의해 무슨 이유로 죽임을 당할지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경험, 나의 잘잘못을 떠나 내 주변의 잘잘못으로 인해 내가 죽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 어떠한 이유도 없이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경험, 따라서 그 누구도, 국가권력도 믿을 수 없었던 경험은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트라우마(trauma)를 주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저자는 한국 사회가 극도로 가족이기주의적 행태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를 이러한 전쟁과 죽음의 경험에 있다고 보아 한국사회를 '피난사회'로 정의한다.

전쟁이 끝난지 6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전쟁의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의 비극을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공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다음엔 피해자에게 적절한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해 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국가가 이러한 무수한 죽음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고백하고 앞으로는 국가의 이름으로 혹은 국가의 방관하에 이러한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