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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위기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어서 적잖은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된 책이었다. <아홉살 인생>을 읽으면서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이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공감도 하였던 바라 이번에는 또 어떤 얘기를 풀어낼지 궁금하였는데, 이 소설은 어린 딸을 둔 홀아비가 우연찮게 동네의 처녀와 만나게 되고, 자신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고슴도치’라는 제목은 홀아비과 동네 처자를 만나 사랑하기까지의 마음가짐 내지 방어본능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회의 편견, 눈치, 체면 그리고 어린 딸의 시선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주인공은 부득이 상대를 만나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오히려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다가 온 사랑 앞에선 고슴도치의 가시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적이 아닌 사랑으로 느껴지는 자에겐 고슴도치도 가시를 내밀 수 없게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흔해 빠진 주제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써 먹은 식상한 주제일 수 있는데, 작가는 특유의 간결하고 진솔한 문장으로 그러한 식상함과 거부감을 자연스럽게 걷어내주는 것 같았다.

<괴테의 사랑>이란 소설을 보니, 괴테는 인생 말년인 74세에 19세의 풋풋한 처녀 역시 진지하게 청혼했다가 상대방으로부터 진심어린 거절을 당했던데, 55살의 나이 차를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사실이다. 역시 사람의 살이에 사랑만큼 강렬하고 강력하고 필요한 건 없나 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