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이라의 <푸른 비상구>는
7편의 단편을 한 데 묶어놓은 소설이다.

아무런 상관 없는 7개의 다른 이야기들 같지만
결국 이 7개의 이야기 모두에
희망과 통하는 곳이라 할만한 ’푸른 비상구’를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푸른 비상구’라는 공통된 연결고리로 이어진다고도 볼 수 있을듯하다.


약속
석양으로 이어지는 길
푸른 비상구
천국의 벨
겨울 라이더
하트 스톤
한 사람의 벚꽃


7편 모두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절친한 친구이면서 우상이었던 존재를 잃은 초등학생,
방에 틀어박히지도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길 선택한 아이,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어 불구가 된 아들,
사고로 남편이 애인과 죽어버린 뒤 심인성 난청을 겪는 여자,
소아뇌종양 선고를 받은 아들과 쓰러진 친정 아버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여인, 등등...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거나
혹은 소중한 무언가(사람 혹은 사랑)를 상실했거나.



상실, 결핍...
그런 것들은 언제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 쯤 되면 절망할법도 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시다 이라는 그냥 그렇게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아무런 희망도 없어보이는 상황,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푸른 비상구 하나씩을 마련해 둔 것이다.



가벼운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었음에도
이시다 이라가 준 감동적인 메세지는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이시다 이라 특유의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가장 잘 녹아들어있는 책...

최근 출간된 그의 몇몇 책들은 다소 실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역시 이 <푸른 비상구>는 다시 읽어도 좋았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하나같이 슬프다.
그래서 이시다 이라의 푸른 비상구는
간질간질하고 달콤한 이야기 하나 하지 않고도
마음 한구석을 더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시다 이라의 책-
그 중에서도 특히 <푸른 비상구>는, 읽다보면
내가 사소하고 작은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일상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진다.
또 내 자신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한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
누구한테든 추천해주고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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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씨가 왜 혼자서 공원에 있는지는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때로는 굽히는 일도 중요하다고.
매일 조금씩 져두는 거야.
그렇게 해 두면 최악의 사태는 어떻게든 면할 수가 있거든."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유고가 말한 바보스러움, 그건 어른도 똑같이 느끼는거야.
하지만 바보스러움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도 바보스럽지.
모두들 주위 상황에 적당히 맞추면서 살아가는거야.
형씨도 조금만 어른 흉내를 내 봐."


- 석양으로 이어지는 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