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차(火車 ) :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책 자체가 눈에 띄게 두툼한 편이어서 그런지
한참동안 앉아서 읽고도 3/4지점까지밖에 못읽었다.

두께감은 있으나, 문장은 잘 읽히는 편이라
그다지 읽기 어렵단 생각은 안들었다.
외려 어찌나 몰입도가 강했던지,
끝까지 다 읽기전까지는 뭔가 할일을 미뤄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까지도 읽을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집중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읽은 책은
꽤나 오랜만에 읽었던듯 싶다.

딱히 어느 부분에서 그렇다고 집어내진 못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만 생각하면,
어떤면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가 많이 생각났다.

주제나 캐릭터가 딱히 겹친다고 할 순 없지만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 두 작품 모두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적은 없는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도
내게는 전혀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름끼치도록 피부에 와닿아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속이 다 뜨끔했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추리소설이지만,
결코 그냥 단순한 추리소설이라고 넘겨버릴만큼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소비, 신용카드, 여러가지 경제 상황 등등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스스로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방법을 잘못 택했다.
신용카드라는, 손쉽게 모든것을 가질 수 있지만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지옥으로 옮기는 현대판 불수레...
그저 지금 이 순간, 당장 짧은 순간을 행복하고 싶어서
그런 위험한 화차에 스스로 올라타고 말았던거다.
이게 내 목숨까지 위협할만큼 위험한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신용카드 문제가 중요한 소재가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비에 대한 묘사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난 소비-라는 부분에 대한 소설 속 묘사를 읽으며
곳곳에서 마음이 뜨끔뜨끔 했다.
신용카드라는 존재 때문에 빚더미에 앉아본적은 없으나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비에 대한 욕구 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섬뜩한 마음까지 들어서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어쩌면 <화차>에 묘사된 일본의 경제상황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어
더욱 더 피부에 와닿았던걸지도 모르겠다.
일본과 비교했을때 일어난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나라 역시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결국 그 빚을 갚지 못해 카드빚에 몰려서
자살하거나 파산하거나... 하는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그런 어두운 시간들이 분명 있었으니까.

누구든, 이 책을 한번쯤 읽고
진지하게 소비와 신용카드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