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밀도있지만 아름답게 잘 다듬어진 문체며, 지극히 소설다운 상황들까지.

<비틀거리는 여인>을 읽으면서
미시마 유키오의 문체에 감탄했노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금각사>를 읽으면서는
그 때 나는 겨우 미시마 유키오의 빙산의 일각을 봤을 뿐이구나...
<비틀거리는 여인>에서 보여준 매력적인 문체는 그가 가진 재능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금각사>는 1929년 교토 근교에서 있었던
한 방화사건을 모델로 쓰여진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이다.

이렇게 글로 적어버리면 한 문장으로 끝나는 간단한 이야기인데
이 소설의 문체는 꽤나 밀도가 있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읽고 있는 마음도 썩 편하지만은 않다.

아마 이 사건을 주제로 글을 쓴 사람이 미시마 유키오이기 때문에
이렇게 대단한 한 편의 소설로 탄생할 수 있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승려이나,
결국은 성장소설-혹은 청춘소설이라 해도 좋을듯 싶다.
미의 상징인 금각사에 불을 지르기까지의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마침내 불을 지를때까지의 과정들이 차례차례 그려져 있다.

<금각사>를 읽어내려가다보면,
이게 정말 소설일 뿐인지 혹은 미시마 유키오 그 자신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혼란이 올 때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시마 유키오 그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미시마 유키오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소설 역시 미시마 유키오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묻어난다.
심리 묘사에 대해서는 치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때때론 그 치밀한 심리묘사가 공감을 자아낸다.

어딘가 살며시 모나고 비뚤어져 있는 주인공의 심리...
분명 어딘가 기울어져 있는걸 아는데,
그러나 독자인 나로서도 어디서부터 비뚤어져있는건지 알 수 없어
결국은 읽는 내내 내 자신이 <금각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의 재능에, 그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의 재능에 새삼 몇 번이나 놀라며...
그 밀도높아 읽기 쉽지않은 문장들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그동안 봐왔던 영화나 일본 드라마에도 교토가 배경인 작품은 많았고,
기회가 되면 한번쯤 가보는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왔지만, 
<금각사>를 다 읽고나니 교토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훨씬 간절해졌다.
어쩐지 거기에선 미시마 유키오가 보고 느낀 것들을
나 역시도 느낄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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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다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쪄갔다. 마치 돼지처럼.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