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야드 게임>의 작가 노지마 신지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마 작가들 중 한명이다.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를 시도하기도 했었던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가 그의 작품이라고 하면
’아~ 알아’ 할 사람들이 몇 사람은 있지 않을까.

내가 일드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2003년판 <고교교사>를 보기 시작했는데.
1993년판 <고교교사>의 리메이크작이면서도 내용이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결국은 두 편의 고교교사를 모두 봤다.

당시에 난 노지마 신지라는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방영 당시 일본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는 <고교교사>라는 드라마가 나에게 준 충격은 상당했다.
근친,동성애,사제연애,교사의 성폭행 등등의 소재가 매 회 마다 등장하는 드라마.

2000년대 중반에 이 드라마를 본 내가 이정도였으니,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공중파에서 1993년 프라임타임에
이런 자극적인 소재가 포함된 드라마를 방영하는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난 그 충격의 여파로 한동안 노지마 신지의 드라마는 무조건 안보려고만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을 쓰는 작가’란 선입견이 박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노지마 신지 소설이라면 두 손 들어 거부하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노지마 신지 드라마 예찬론자가 된 것은,
순전히 이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이란 한 편의 소설 때문이다.

이 한 편의 소설로, 노지마 신지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달까.
스코틀랜드야드 게임은, 노지마 신지에 대한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그다지 자극적인 내용만을 내세우지도 않았고
왠지 어딘가 있음직한 이야기를,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24 TURN의 전개로 찬찬히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도 네 엄마나 안은 계속 쓸쓸함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해.
왜냐면 그것이 너희들이 바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니까."

"딱한 쪽은 남겨진 사람이지. 원치도 않은 추앙에다
엄격한 잣대로 지켜보는 주위 시선 덕분에 다음 연인을 만들지 못해.
바로 다음 사랑에 빠져보라지. 당장 터져나올걸?
불쌍해서 어쩌나, 죽은 그 사람이, 그 아이가, 그 부인이, 그 바깥 양반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슬픔은 차츰 회복되고 있는데."

"맞아. 소생 능력이 있거든, 몸도 마음도."

노지마 신지 자신의 생각을 쿠키 나츠히코의 입을 빌려서 말했으려나.
표현은 살짝 까칠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은 따스했다.
어딘가 민망하고 간지러워지는 그런 식상한 말장난 같은 유치한 연애물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은근히 의식하고 쓴 것 같은 느낌이 난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럼에도 난 이 소설을 좋아한다.
노지마 신지가 쿠키 나츠히코의 입을 빌려 하는 말들이 너무 따스해서 좋았으니까.

보여주는 방법은 살짝 과격할지 몰라도,
누구보다도 더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
그래서 난 노지마 신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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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도, 떠나있어도, 죽음이 갈라놓아도, 상대의 행복을 기도하지. 
거기엔 질투도 집착도 속박도 고통도 슬픔도, 하물며 증오 따윈 털끝만큼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