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시인의 우목횟집은 서민적이며 남성적이고 투쟁적인 시집이었다.
나에겐 , 보통... 여성시인의 경우 한껏 어여쁜 미사여구를 나열하며 사랑과 이별의 감상들을 쓰거나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자연과 인생을 노래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권순자 시인의 시는 여자가 쓴게 맞나? 싶게 너무나 직설적이고, 너무나 고달프고 적나라한 언어들로 사회의 약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모르핀 몇잎 얹어주세요"는 불속에서 아버지를 구해낸 소년의 이야기지만 선행이나 효심에 촛점을 둔 것이 아닌, 소년이 화상의 고통과 싸우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오히려 불편하면서도 안타깝게 만든다. 
또한 “가장의 자리도 삼키고 거리로 내몰았다 ”는 노숙이 그러하듯, 삶의 아픔과 고뇌가 절절히 묻어난다. 그러나 결론이 아픔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소외되고 아픈 이들의 고통만을 묘사했다면 권순자 시인의 시는 공허한 울림으로만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의 신음이 살려는 몸부림을 말하듯이, 노숙자가 붉은 노을보다 진한 울혈의 시간을 힘껏 밀어내고 홀로 몸 데우듯이, 그들은 힘들고 아픈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며 살고자 애를 쓴다.

철거민의 고독한 싸움을 노래한 시 "나문재"가 "아직도 핏줄 속을 휘돌고 있는 염분의 갈증으로, 소금기 있는 땅 어느 곳이든 제 붉은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니."라고 노래하듯이 삶의 고단함 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자 하는 에너지들이 이 시들 속에는 녹아있다. 
이 시집을 읽고 나는 내 주위에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얼마나 돌아보고 
공감해 주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 아픔에만 집중하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에 시선을 둘 때 내 고통은 잊혀지게 되고, 내 삶은 더욱 풍성하고 희망적이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