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문을 열었어, 대번에 뒤로 넘어갈 뻔했지.

403호가 바다였거든.

파도 소리며 바다 냄새,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 하얀 모래톱, 검푸른 바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점점이 보이는 검은 바위, 수영하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

 문 턱 너머로 한쪽 발만 내디뎌 봤어. 운동화 바닥에서 사락거리는 모래 느낌이 진짜더라고. 한 발 한 발 모래밭을 걸어 봤지. 아주 뜨거웠어.

 돌아보니 방근 내가 들어온 문이 벽돌로 지은 샤워장 문이야. 문 너머로는 스카이 하이츠 복도가 보이고. (37쪽)

 

몇일전 아는 평론가에게 이 책이 아주 휼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인데 판타지를 아주 멋드러지게 잘 써낸다는 말을 듣고는 그 다음날 당장 도서관에 가서 이 작가의 책들을 빌려왔다.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가져오자마자 얼른 읽어내려갔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판타지를 현실과 뚝 떨어지게 만들어내 부자연스운데 이 작가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는 평이 이작가에 대한 평이다.

 

판타지로 들어가기 전에 배경과 인물에 대한 현실감을 그려내고 자연스럽게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완결성 있는 서사 구조 안에 녹여내는 독특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방학을 맞이한 학년이 다른 아이들이 한 아파트 안에서 놀다가 아마모리 씨가 나타나 우산을 펴 들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마모리 씨의 마법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며 비를 피하기 위해 미끄럼틀 아래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각자 아마모리 씨와 있었던 상상속에나 있을 법한 놀라운 경험을 돌아가며 나누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마모씨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 아마모리 씨에 대한 이야기가 언듯 비춰지긴 하지만 자세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아이들이 속상할 때마다 아마모리씨는 신기하게 아이들 세계속으로 들어오고 아이들은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 아마모리씨가 내일이면 이사간다는 말에 아이들은 아아모리 씨를 위한 멋진 선물을 준비한다. 그야말로 이 책속에나 있을 법한 멋진 선물을 보며 순간 먹먹해지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