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이황, 남명 조식, 율곡 이이등의 대학자들의 삶의 애환과 가족사, 그리고 서로가 자리를 차지하려는 피비린내나는 권력다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수 없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자를 옆에 두거나 옳은 소리를 옆에 두면 안된다는 그들의 아집들로 인해 유배를 당하게 되고 유배지에서 보내는 고통들과 그리고 그들이 유배지에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으로 인한 학문적인 경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배지에 몇년 몇십년씩이나 있게 되는 그들도 또한 사랑하는 부모자식이 있을진데 그러한 와중에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가정사에 대한 아픔들을 보면서 지금이나 옛적이나 다름이 없음을 알수가 있다. 조금씩의 방법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할까봐 안타까워하는 어미의 마음을 보여주는 퇴계 이황의 어머니, 권력다툼에서 사그러져 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대열에 서고 싶지 않다고 공부에만 몰입한 남명 조식, 부모 공경은 물론 변변치 않은 서모일지라도 공경하던 율곡 이이, 자유분방하고 학식있는 아버지 덕에 학식은 있지만 애처러운 삶을 살게되는 난설헌 허초희등의 소소한 삶과 상처어린 삶을 보여주고 있다.

고산은 노년에 삼수에 유배되어 있을 때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학]을 강조했다.

[소학]은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본보기이다. 그러므로 학문하는 자 응당 이를 으뜸으로 삼아야 하며. 너희들도 평소의 언어생활에서 평생 부지런히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제 새삼 번거롭게 충고하지 않겠다. 다만 제때에 조용히 앉아서 뜻을 붙여 이를 익히고 나면 반드시 새롭게 터득함이 있을 것이며. 또한 성현의 경전을 연달아 자세히 습득하면 심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이는 모두 일평생 힘써야 하며, 죽어갈 때까지 고칠 수 없는 일이니라.

................본문 343쪽에서

고산의 생애는 성장 과정에서 만난 책 한 권이 삶을 지배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고 이 책의 작가는 말하고 있다. 힌권의 책이면 한 인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이다.

고산 윤선도는 17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20세에 승보시에도 합격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과거에 응시하지 못했다. 양어머니와 친어머니 그리고 친아버지의 죽음과 장례를 잇달아 치렀고 탈상을 하자마자 이이첨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7년 유배 생활을 하였기 때문이다. 42세가 되던 해에 별시 문과 초시에 응시하여 장원급제 하였다. 당시 시험을 관리했던 이조판서 장유는 고산의 글을 보고 '동국의 제일책'이라고 극찬을 하였다 한다.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장유의 추천으로 왕자들을 가르치는 '대군사부'가 되었고 당시 봉림대군은 10살, 그의 아우인 인평대군은 7살이었으며 먼저 [소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인조는 실력과 열정을 갖춘 고산을 아들의 스승으로 매우 신뢰했으며 대군의 사부는 다른 직책을 겸하지 못하는 관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벼슬을 내리면서도 대군을 가르치는 직책을 맡게 했다.

봉림대군은 소현세자가 갑자기 죽으면서 세자가 되고 고산이 64세가 되던해에 효종으로 즉위하였고 고산에게 동부서지, 예조참 등의 벼슬을 내렸다. 인조와 효종 2대에 걸쳐 임금의 신임을 얻었지만 고령임에도 고산을 경계하는 탄핵설이 나돌자 세상살이의 혼탁함에 환멸을 느껴 벼슬을 받지 않고 시골로 돌아간다.

새해에 집에서 온 서신을 받고

해가 가고 봄이 와도 까맣게 몰랐다가

새소리가 날로 변해 웬일인가 하였다네

비가 오면 집 생각이 다래덩굴같이 뻗고

겨울을 난 야윈 몰골 대나무 가지 같아

세상 꼴 보기 싫어 방문은 늦게 열고

찾는 객 없을 줄 알아 이불도 늦게 개지

무료함을 메우는 법 자식들이 알았는지

의서에 맞춰 빚은 술 한 단지 부쳐 왔군

천 리 길을 어린 종이 가지고 온 편지 받고

초가 주점 등잔 아래 홀로 앉아 한숨짓네

농사 배운 어린 자식 아비 징계해서이고

옷을 꿰매 보낸 아내 그래도 날 사랑하나 봐

즐긴다고 이 먼 데를 찰밥 싸서 보내오고

굶주림 면하려고 철투호를 팔았다네

답을 금방 쓰려 하니 달리 할 말이 없어

뽕나무나 수백 그루 심으라고 부탁했지

................다산 정약용의 편지, 370쪽에서

다산은 정조의 죽음과 신유옥사에 휘말리면서 유배 생활을 하게된다. 가족을 자식을 옆에서 돌보지 못함음 안타까워하는 다산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나는 성품이 활달하다 해도

생각할 때마다 슬프고 괴로운데

더구나 그대 여인의 마음으로

심신이 밭지 않고 배기겠는가

해맑은 은하수 밤 되어 비단 같고

총총한 별들이 반짝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풀벌레 울고

뜰 앞 대나무에 이슬이 맺힐 때

옷깃을 부여잡고 잠 못 이루며

엎치락뒤치락 새벽을 대겠지

흐르는 세월 이 맘에도 못이 되어 눈물 떨어져 옷과 수건 적신다네

부러워라 저 구름 속 학은

두 날개가 수레바뀌 같건마는

...............정약용이 아내를 생각하며 쓴시, 378쪽에서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식들의 혼인 소식을 듣게 되고 18년 만에 유배지에서 풀려나 아내 곁으로 가게된다. 마흔에 집을 떠나 환갑이 다되어 집에 돌아간 것이다. 유배지에서 딸의 혼인소식들 듣고 아내가 보내준 치마에 글을 적어서 보내기도 한다.

추사는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고 15무렵부터 초정 박제가에게 학문을 배웠는데 초정은 박지원, 홍대용등과 사귀면서 학문에 몰입한 독보적인 경지에 이른 인물이며 훗날 정조의 신임을 받아 초대 검서관으로 임명되었으며 그뒤 13년간 규장각의 여러 벼슬을 지내며 수많은 책을 교정. 간행하고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과 교류하였다. 초정은 중국에 갈때 추사가 지은 시를 가지고 가서 자랑할 정도로 제자의 비범한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25살 무렵에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 연경에 가서 다방면에 뛰어난 학자인 완원과 탁월한 감식력을 가진 당대 최고의 금석학자인 옹방강등을 만나게 된다. 몸은 멀리 있지만 그들은 추사의 박식함에 놀라 학문적인 깊은 교류를 하게된다.

왕에게 학문적인 경지로 인해 귀한 대접을 받는 그들이지만 왕이 바뀔때마다 그들의 삶의 음영도 바뀌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애가 타게 그들을 선비의 길로 갈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을 해주었던 사랑해주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들 역시 존재할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고초를 당하고 있는 빛을 정의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