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에서는 어디서나 볼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헝클어진 삶속에 잔류하는 사람들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인하의 현재 성공지향적인 삶. 그리고 이어지는 인하와 정연의 대학생활. 대학생활이라기 보다는 대학에 벌어진 삶의 모든 이유를 떠안게 될 그런 상황이 그려진다. 학생회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인하의 삐뚫어진 내면 세계가 정연이라는 나약한 후배여학생에게 분출되고 만다. 스스로 깨닫지는 못했지만 내면에 담아두었을지도 모르는 정연에게 자신의 악과 본능을 쏟아붓게 되고 정연은 당혹스러움과 분노로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물론 분노나 당혹스러움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겠지만 정연 역시 편안하게만 산 삶이 아니기에 더더욱 인하의 아픔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해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의 민주화운동이 한참이던 그때 정연 역시 인하와 다른 몇몇 친구들과 세상이 깨어나는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정연은 술을 아주 많이 마시게 되고 원치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인하역시 원치않는 상황이였기에 더욱 힘겨운 시간이 되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운동권 학생이던 인하는 복병중인 경찰에 연행되고 정연은 원치않는 잉태지만 광주에 있는 엄마에게 내려간다. 엄마에게 끝내 자신이 누구의 아이를 잉태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아기에 대한 사랑으로 변환점을 모색하려고 생각했던 지점에 또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잠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궁금하고 해서 친구를 만나러 내려간 광주에서 폭압적인 광주사태를 맞닥뜨리게 된다.

 

거칠게 항의하는 시민들과 함께 정연은 딸 하연에게 멋진 미래를 주고 싶은 마음에 동참하게 된다. 그곳에서 정연은 군복을 입고 맹목적인 지령을 따르는 시민을 폭도로 명하는 군의 명령에 따라 뿔처럼 뾰족한 쇠붙이가 달린 봉으로 도망치는 정연을 친다. 마침 그 곳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프랑스인 에르베는 정연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 갖은 애를 쓰다가 결국엔 정연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난다. 그 충격으로 정연은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한번만 맞은 것이 아니라 에르베가 치료해놓았더니 또 다시 밖으로 나가 다리에도 총을 맞고 다리를 다친다. 그런 정연을 자신에게도 사촌동생을 잃었던 아픔을 안고 살아가던 에르베는 가족처럼 돌봐준다.

 

정연이 광주 금남로에서 맞아서 죽었을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하고 엄마는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언젠가는 돌아올것이라고 정연을 찾고 기다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정연이 나은 딸 하연은 하연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그 안에는 이미 얼룩진 얼룩이 베어있다. 정연의 엄마 유보살이 하연에게 서울 가면 엄마에 대한 소식좀 알아오라는 말에 하연은 정연이 알던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고 그들과 정연의 고리는 다시 이어진다.

 

하연에게서 정연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정연과 하연과의 고리를 찾아가게 된다.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인생은 겆잡을수 없이 방향을 틀어 흘러간다. 하지만 살다보면 퍼즐조각들이 꿰어지듯이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풀리지 않던 숙제같던 삶이 가끔 예기치 않은 순간에 풀리기도 한다.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핑퐁처럼 주거지 받거지 하다보면 내가 던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되기도 하고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