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열면 글은 하나없이 그림만으로 꽉찬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을 꼬옥 감고 물위 연잎위에 앉아있던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보인다. 편온해보이는 모습. 그런데 잠시후 연잎이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두꺼비가 두둥실 떠오르자 개구리들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 쳐다본다. 그런데 그 개구리들도 하나 둘 두둥실 떠오른다.

 

화요일 저녁 8시쯤이다. 두둥실 달이 떠오르고 수초가 자라고 있는 물가. 거북이 한마리가 물가에 있는 통나무 위에 올라앉아있다가 놀난 눈으로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쳐다본다. 연꽃 잎사귀에 앉은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거북이는 얼마나 놀랐는지 목을 껍질 사이로 움츠리고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괴이한 일을 바라보는 듯이.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도 기이한 현상에 모두 잎을 벌리고 놀란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다.

 

마치 새들처럼 연잎사귀는 두둥실 떠오르자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함박웃음을 띠고 즐거워한다. 마치 비행선을 탄듯 날아다닌다. 새들도 어이없는 이 상황에 날지도 못하고 전선줄 위에  멍하니 앉아있다. 심지어 이 기현상에 무서워서 도망치는 새들도 있다.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아주 만족한 얼굴로 두둥실 마을쪽으로 향해 날아간다. 어둠에 잠긴 마을로. 고요하기만 하다. 만약 소리가 나온다면 어떤 소리가 날까? 바람 소리만 쉭쉭하고 소리가 날까?

 

밤 11시 21분.

저녁참을 먹는 한 남자가 앉아있다. 잠옷을 입고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에 창가쪽을 보니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연잎을 타고 날고 있다. 세상에. 놀란 남자의 모습이 그대로 얼어있다.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날다가 발래줄에 걸리고 널어놓은 이불같은 커다란 천에 걸려 떨어지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한것처럼. 그렇지 않은 두꺼비들은 자연스럽게 날아가고 있다. 휴~~다행이다라는 표정을 담은 모습으로. 어떤 개구리는 바지사이로 쏘록 빠져나오기도 할정도로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져있다.

 

하하. 이불인지 작은 손수건인지로 목에 슈퍼맨처럼 두르고 날고 있는 두꺼비와 개구리들도 있다. 헹글라이더를 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집집마다 열린

틈 사이로 들어가기도 한다. 바람에 커텐이 날리고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가고, 장작불 피우는 곳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들어간 개구리들은 할머니가 틀어놓은 텔레비젼을 시청한다. 어떤 개구리는 혀로 리모컨을 직접 작동하기도 하고. 마치 사람들이 텔레비젼에 푹 빠져있듯 푹 빠져서 보고있다. 할머니는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있다. 할머니가 깨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새벽 4시 38분.

신나게 날던 개구리는 개의 습격을 받는다. 어쩌면 개가 반가워하며 놀자고 달려들었던 것일까? 무서운 표정은 아닌듯 한데...놀라서 급정거를 하고는 얼른 방향을 틀어 공포에 떨며 개구리가 도망간다.

 

그런 개의 공격을 앙갚음이라도 하려는 듯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개에게 떼로 몰려들자 개는 많은수의 개구리와 두꺼비들에게 놀라 걸음아 날살려라 하고 달려가기 정신없다. 잠시후 신데렐라가 12시 종이 울리면 마법에서 풀리듯 연잎은 이제 날기를 거부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중력을 이길수 없다는 듯이. 그러자 연잎위에 두둥실 떠올라있던 개구리와 두꺼비들도 하나 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신나게 날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고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완전 당황스럽고 두려운 표정들이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자신들이 살던 수초가 가득한 물을 찾아 풍덩 풍덩 돌아간다. 그리고 이젠 날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하는 표정, 화가난 표정의 두꺼비가 인상을 있는대로 쓰고 물위 연잎 위에 앉아있다. 아주 기분 더럽다는 듯이.

아침에 이 사실을 봐던 식빵을 먹던 사람이나 연잎이 땅위에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걸 본 사람들은 이 놀라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당황스러워하며 진상 조사에 혈안이 되있다.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저녁 7시 58분.

헛간옆으로 날고 있는 돼지 한마리의 엉덩이가 집 사이로 보이고 헛간 벽에는 돼지 두마리의 그림자가 두둥실 떠올라있다. 그 다음 마지막 페이지를 여니 돼지들이 두둥실 아주 행복한 얼굴로, 그리고 놀란 얼굴로 날아오르고 있다. 과연 다음주 화요일에는 어떤 동물이 날개 될까? 거북이도, 닭들등 날지 못하는 짐승들이 돌아가면 한번씩 날게 될까?

 

아주 기발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그림도 어찌나 정성그럽고 자세히 그렸는지 너무나 멋진 작품이다. 이 작가는 과연 이 작업을 위해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