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아이가 감당할수 없는 힘든 일들을 견뎌내라고 말하는게 미안하다는 작가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괜스레 어른인양 올바른 소리만 무겁게 하지 말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말고 한 아이의 곁에서 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는 아주 잔잔하고 고요하다. 물론 그 안에서 출렁출렁 물결이 일긴 하지만 그 물결 안에서 아이는 노를 젓는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참 싫었던 그 시절...그때 참 싫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참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폭력이나 뭐 험악한 일을 겪은건 아니지만 그냥 그 사람이 자신이 힘들다고 해서 어린나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푸념하듯 퍼부을때 나는 너무 속상했다. 그 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나는 이야기다. 작가를 만나 사실은 나도 그렇게 저렇게 힘들었어요...라고 이야기하면 작가는 따뜻하게 그랬느냐고 같이 울어줄것만 같다.

 

새학기 들어 별명을 아이는 낙타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우연치 않게 교장 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나게되고 교장선생님은 아이에게 아무생각없이 말한다.

 "한, 뭐라고? 한......구움, 한굼이라고 했니?"

라는 아이의 기어들어갈듯하게 작은 소리에 교장선생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아이들은 와하하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 후로 낙타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선생님도 참 심하지.

"이야, 교장 선생님이 우리 구름이가 굼뜨다는 걸 알아보고 그렇게 말씀하셨나 보네."

라고 덧붙여준다. 그리고 동물원에 다녀온 아이가 낙타를 봤다고 자랑하고 아이에게는 낙타굼이라는 별명이 정해진다. 아이가 뭔가 입에 넣고 있는 것처럼 우물거린다고 해서 말이다.  아이들은 서로 닮은 동물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그렇게 낙타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돈벌러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네 맡겨져서 지낸다. 할머니는 공원들머리에서 과자나 음료수등을 파는 작은 가게를 한다. 벌이가 그닥 시원치 않으니 할머니는 이런저린 '아리바이트'를 하고 할아버지가 아이를 위해 한푼이라도 더 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궁시렁궁시렁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낙타굼은 선생님에게도 별명을 지어준다.

"선생님은 쥐예요."

보통 선생님같으면 난리가 나도 벌써 났을테지만 다행히 아주 좋은 선생님인 모양이다.

 

그런데 말이야, 선생님이 갑자기 두 손을 턱 밑으로 모으더니 찍찍, 찍찍 쥐 흉내를 내기 시작하는게 아니겠어? 무릎을 굽히고 어깨를 잔뜩 모아 몸을 한껏 웅크리고는 이쪽저쪽을 보며 찍찍찍찍, 찍찍찍찍찍 (23쪽)

 "먼 길을 건너는 일이 힘이 들기는 하지만 지겨운 적은 없었어."

어린 낙타는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 위에서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줬어. 하루하루 별자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피고, 바람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굳이 지겨운 때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놓쳐서 방향을 잃어 헤맬때지만, 그렇더라도 걸음을 멈추지는 않아. 그때부터는 기다리는 거지. 기다리면 곧 찾아질 거라는 걸 믿으니까. (53쪽)

어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풀어내 친구 아이가 몹시도 힘들어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이 그렇게 나쁜 선생님들은 아주 가끔 있다. 그리고 이렇게 쥐라고 해도 즐겁게 호응해주는 아주 좋은 선생님들도 많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렇게 낙타굼은 하루하루 아픔을 겪으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이 아주 잔잔하게 그려진다. 물흐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