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연이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은 무수하게 많다.

중화의 꽃도 이러한 출발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일이 꽉 막힌 도로처럼 안풀리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곳에서 일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작가도 이렇게 생각하나 보다.

'우리 일이라는 게 가끔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삶이란 인간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거든.'

이방우가 초능력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예편을 당하고 정신심령연구소라는 곳을 차렸는데 그 곳에 국정원 요원을 파견하면서 주인공 지수에게 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의 출발은 이 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일본의 초능력자와 중국의 초능력자가 우리나라에 있는-자신은 자신이 중화의 꽃인지도 모르는- 중화의 꽃을 먼저 차지하려 국내에 들어왔다.

일본인들은 중화의 꽃을 찾기 위해 한 장의 사진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차례대로 찾아다니며 그녀들을 처참하게 유린한다. 초능력으로...

이야기의 축은 하나다. 나머지는 잔가지들이다. 이야기가 조금은 늘어지는 듯하지만 나름대로 아귀를 잘 맞췄다.

이방우과 영원(중화의 꽃)의 관계와 양념으로 버무린 이방우의 가족사 그리고 영원을 등장시키기 위해 제주 공항에서 불륜녀 아내를 망신주기위해 인질극을 벌이는 관제모니터 정비공, 그리고 언듯언듯 비춰지는 미래를 보는 영원....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가다가 좀 쌩뚱 맞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영원이 중화의 꽃이 되어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것이다. 그저 무력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중화의 꽃이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졌는데 자신은 아무 놈에게 막 내 맞겨진다?

개연성이 좀 아쉽다. 세계문학상을 받으신 작가분께서 마감에 쫓기셨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있다. 역시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쩌면 더한일들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나의 내면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들킨것 처럼 말이다. 세계정세를 바라보는 다각적인 새로운 시도들이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