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바우가 뭘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나무의 한 종류인 것도 이참에 알았다. 겉 껍질과 속 문양이 참 단단해 보이고 고집스러워보인다.

자연스레 새겨진 나무 결도 정겨우면서도 힘이 느껴진다.

 

'멀바우 나무에 새기는 사각의 시간'은  조각가 정상기가 수년동안 만들어낸 조각과 더불의 그 때의 마음을 시로 기록한 것이다. 여러 모양새로 다듬어진 나무 조각들을 접해보고 싶해서 이 책을 펼쳤고, 조각을 했던 시인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흔히 말하는 예술가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무 하나 가지고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 창의성이나 한 가지 사물로도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볼 때 감탄이 나온다. 책 한장 한장에 들어있는 멀바우 나무는 그 자체로도 기품이 있고, 자연히 생긴 금도 뭔가 사연이 있는 듯 경의를 품게 된다. 조각칼로 멋들어지게 새로운 결이 생긴 조각들도, 때로는 멋지게 다듬어져 매끄러운 조각들도 고전적인 여유로움과 현대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나무 1

우뚝 서 있어

다시금 팔을 벌려주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

품에 안기면

어느새 누워 나를 보둠는다

                        (p140)

 

작가가 멀바우 나무를 사랑한 것도 조각을 시작한 것도 조각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도 보듬어 주는 나무의 든든함 때문이라 느껴진다.

 

조각들을 볼 때 나에게는 기품, 여유로움, 안정감, 따스함, 따스함이 느껴졌는데, 작가는 좀 다르게 느꼈던 것 같다. 그의 시들을 보면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진다. 작품을 만들때의 심정이 그러한 것인지 만들고나서의 감상이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처음에는 이별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쩌면 시에 등장하는 '그대'는 바로 '나무'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혼자 하는 작업인지라 유독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조각 이후엔 그 외로움을 함께 느껴 줄 무언가가 남아 든든함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와는 다른 일상을 경험해보고파 이 책을 접했고, 단단함 속에 따뜻함을 품고 있는 작품들을 넘겨보며, 잠시 사색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곧 꽃피는 4월이 시작될텐데 그 때 이책을 다시 펼친다면 또 다른 환희가 느껴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얼마전 구입한 조각칼을 다시금 꺼내볼 충동도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