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까지 내게 요리책은

보장된 맛을 제공하는 정확한 레시피라는 정보를 내게 주는 책이었답니다.

그래서 요리가 도통 재미가 없고 하기 싫었던 것일까요?

오늘, 나도 이런 음식을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준 책을 만났답니다.

바로 『엄마 손맛이 그립다는 책』이에요.

처음 어떤 음식에 대한 레시피들일까하고 레시피 위주로 볼 때까진

이 책 역시 내겐 다른 여느 요리레시피 책들과 똑같은 책이었어요.

근데 이 책을 함께 낸 두 저자의 스토리들을 함께 읽은 후

이 책에 대한 시선도 음식에 대한 내 생각도 참 많이 달라지게 되었답니다.

그냥 무심코 넘겼던

'세상 모든 딸들은 친정엄마 손맛 담긴 밥 한끼가 매일매일 그립다'라는

또 다른 타이틀도 그렇구요.

이때까지 음식은 그냥 제게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주는 공급원이었어요.

물론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행복감도 있지만

음식을 먹는 가장 일차적인 이유는 살려고였더라구요.

근데 음식이란게 그저 살려고 먹는 것만이 아니었다는 걸

머리로 미처 깨닫고 있지는 못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선 이미 느끼고 있었던 그것을 이 책이 일깨워주네요.

매일 우리가 밥이며 갖가지 반찬들을 먹는 것은

그저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그날의 추억도 함께 먹는다는 것을요.

가만 생각하니 저 역시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생각나고

찬바람이 불면 달콤한 팥알이 동글동글 살아있는 찐빵이 생각나는 건

그런 날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더라구요.

저희 엄마가 제게 부침개와 찐빵과 함께 만들어준 추억요.

그러고 보면 전 제 아이들에게 매일 밥을 해주면서

어떤 추억을 만들어주었나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젖어

그냥 기계적으로 똑같은 음식을 성의 없이 만들어낸 거 같아

참 미안해지기도 하구요.

이 책은 단순한 요리레시피가 아니라

엄마와 딸이 그들이 함께 쌓았던 추억과

그 추억의 매개가 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모녀가 함께 음식을 하며 또 다른 추억을 쌓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그들의 이야기에  내 마음속에 잠들어있던 내 추억을 깨웠다해서

당장 이제껏 힘들고 싫었던 요리가 즐거워지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하기 싫지는 않을꺼 같아요.

내 아이들에게 엄마에 대한 또다른 따뜻한 추억들을 만들어줄 수 있는게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우리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요.

어쩌면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점점 요리하는 게 좋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